▲아침에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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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봐도 매일 새로운 너라는 존재
고양이 두 마리와 9년째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녀석들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10년쯤 키우면 고양이의 모든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어림없는 소리였다.
물론 함께한 세월이 쌓이면서 고양이의 습성을 많이 배우기는 했다. 고양이가 창밖의 새를 보거나 레이저 포인터 장난감으로 놀다가 "깍깍" 하는 소리를 내는 건 고장 나서가 아니라 '채터링'(사냥 본능의 일환으로 내는 소리) 중이라는 것. 고양이가 벌레를 잡아다 방바닥에 떡 하니 놔두는 건 인간을 향한 해코지가 아니라 음식을 나눠주는 호의라는 것.
초보 집사 시절에는 책이나 포털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반냐가 집안 어디서 해바라기를 하는지, 애월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두 고양이들의 취향과 호불호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고양이와의 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며칠 전에는 지인이 우리 집에 방문했는데 둘째 고양이 애월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애월은 낯을 가리는 반냐와 달리 우리 집 공식 '접객묘'다. 손님이 오면 거리낌 없이 다가가 쓰다듬어달라며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던 애월이 어딜 갔는지 털끝도 보이지 않는 거다.
애월을 유난히 귀여워하던 지인은 녀석을 찾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 애월을 발견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지인은 신발장으로 걸어가다 말고 웃음을 터뜨렸다. 애월은 지인의 신발에 얼굴을 비비며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