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클린버스'라는 표기가 큼지막하게 붙은 서울특별시의 현금 승차 폐지 시내버스 시범노선.
박장식
'돈을 주고도 탈 수 없는 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로지 교통카드가 있어야만 탈 수 있는 이른바 '현금 없는 버스'가 전국 곳곳에서 증가 추세다. 지난 7월 세종특별자치시와 대전광역시를 잇는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노선에서 처음으로 '현금 없는 버스'가 등장한 이후, 서울특별시에서도 지난 10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대중교통은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가 가장 빠르게 정착한 사례이기도 하다. 1996년 서울특별시의 교통카드 시범 도입 사업 이후 환승 할인과 요금 할인 등 적극적인 보조 정책이 도입되면서 교통카드 사용량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서울특별시 시내버스의 현금 승차율은 0.8%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현금 없는 버스'의 이면에는 여전한 격차가 존재한다. 군 지역, 낙도 지역 등에서는 반대로 '카드 없는 버스'가 현재까지 운행하고 있는 데다, 현금으로 버스에 승차하는 승객이 어린이나 노인 등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이 지역, 그리고 사회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상북도 군위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인 의성과 구미, 영천을 운행하는 군위군 군내버스는 2009년 '단일요금제'를 도입하며 버스 요금을 1000원으로 고정하는 등 다른 농어촌 지역보다 빠르게 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더는 정책을 시행했다.
군위 버스에 올라타 교통카드를 태그 하려는데 무언가 허전하다. 일반적인 시내버스에 으레 달려 있을 법한 교통카드 단말기가 없다. 단말기가 있어야 할 운전석 옆 기둥에는 어떠한 것도 없고 그 대신 요금함이 건재하다. 이른바 '카드 없는 버스'이다.
그래서일까? 군위 곳곳의 버스정류장을 둘러보면 시민들이 교통카드 대신 '천 원 지폐'를 하나씩 들고 서있다. 버스가 도착하면 시민들은 요금함에 천 원을 넣고 버스에 오른다. 카드 단말기 특유의 '삑' 소리 대신 요금함 특유의 '찰칵' 소리가 이따금씩 들리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군위군은 군내버스에서 교통카드를 받지 않는 지자체 중 하나다. 군위군이 속한 경북 지역에서는 청송군, 영양군 등의 지자체가 교통카드시스템 없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진도군 군내버스에 교통카드시스템이 없다.
지자체 단위가 아닌 지역 중 낙도, 산간의 공영버스에서도 교통카드는 '그림의 떡'이다. 섬 지역인 백령도나 덕적도, 장봉도 등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도 요금은 현금으로만 받는다. 이러한 지역들이 왜 교통카드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한 것일까?
교통카드 도입에 복합적인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