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물리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사회학은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과학'의 한자는 科學인데, 그렇다면 '과학'이란 '科'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말인가? 도무지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사이언스(science)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자연과학으로서의 '과학'을 떠올린다. science라는 이 서양 언어를 '과학'이라는 용어로 번역한 것은 바로 일본이다.
science란 무엇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에서 서양 언어는 대부분 근대 초기 일본에 의해 번역되었다. 영어 science는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기본적으로 '지식'이나 '학문' 혹은 '학술'을 뜻하는 용어다. science에 해당하는 독일어 Wissenschaft는 '지식'이라는 뜻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 석사 학위는 크게 두 범주로 구별되어 MS, MA로 칭해진다. 각각 Master of Science, Master of Arts의 약칭이다. science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그 자체만이 아닌 것이다.
처음 science라는 용어가 서양으로부터 유입되었을 때, 일본은 이 용어를 '여러 다양한 분야의 학문', '여러 과목의 학문'이라는 뜻으로 '과(科)' 자를 붙여 '과학'이라고 번역하였다. 한 마디로 이상한 '조어(造語)'이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과학'과도 전혀 상이한 개념이다. 즉, 일본은 '과학'이란 '여러 분야로 나뉜 학문의 총칭'이라는 의미로서 '분과(分科)의 학(學)' 혹은 '백과(百科)의 학(學)'의 약칭을 사용한 것이었다.
'과학'으로서의 science, '학문' '학술' '지식'이라는 개념은 휘발되다
'지식과 경험의 총칭'으로서의 science는 '지식', '학문', '학술'의 의미를 지닌 용어다. '기술'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science가 본래 지니고 있던 '학술', '학문', '지식'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휘발되어 버린 science다. 결국 일본의 '규정'에 의해 science에 대한 우리의 사유와 이미지가 그대로 고정되었다. 어떤 한 용어에 대한 특정 개념으로의 고착화가 강제되고 있는 '언어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science를 '과학'으로 받아들일 때와 '학문'으로 받아들일 때 각각 그 개념과 이미지는 전혀 상이하게 된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점이다.
정밀하게 말한다면 '과학'이라는 용어는 화제 영어는 아니다. 그러나 science가 일본에 의해 '과학'으로 규정되었고 그것이 science의 개념과 이미지를 고정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역시 큰 범주의 일본식 영어, 화제 영어에 속한다고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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