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찍었던 애월의 첫 스킨십
이은혜
그날 이후 애월의 스킨십은 은근히 영역을 넓혔다. 아침이면 내 종아리에 얼굴을 부비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씩은 무릎 위로 올라와주기도 한다. 애월이 드물게 무릎냥이가 되어주는 날이면 나는 잠잠히 그 순간을 누린다. 따뜻한 백차를 마시는 것처럼 온화한 기분으로.
고양이와 함께 살아 좋은 점은 끝도 없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조급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게 되었다는 거다. 이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안달복달하지 않고 관조를 택하려 한다(물론 자주 실패한다). 좋게 될 인연이면 내가 조급해 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을 보내면 언젠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월이 내게 4년 하고도 6개월 만에 기대온 것처럼.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보낸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내게는 고양이가 있으니까. 심지어 그 고양이가 무릎에도 가끔 올라오니까. 그러면 얼었던 마음도 스르르 녹게 되니까.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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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 고양이가 '이것' 하는데 4년 반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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