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공동취재]
작년에 읽었던 책들 <제니의 다락방>과 <아무리 얘기해도>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아래는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내용이다.
나 : "강물아 국가장이 뭔지 찾아봤어?"
강물 : "응, 지금 대통령이나 예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 나라에서 장례를 치러주는 거야."
나 : "잘 찾아봤네. 그럼 오늘 뉴스에 나온 분은 국가장으로 치러야 할까?"
강물 : "절대로 안 돼."
아이는 생각보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강물 :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은 아직 사과를 듣지 못했어. 그분은 대통령의 역할을 다 하지 않았는데..."
마이산 : "맞아. 그 사람들은 이제 사과를 영영 들을 수 없어."
나 : "대통령 임기가 끝났어도 사과를 해야 할까?"
강물 : "당연하지. 그때의 희생자들하고 그 가족들한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해."
아이들은 올해에는 중학생이 되었다. 부쩍 자란 몸만큼 아이들의 생각도 많아 자란 모양이다. 나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책의 힘을 빌리려고 했지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강물 : "엄마, 그때 광주에 있던 군인들도 피해자야."
나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강물 : "그 사람들은 세뇌 당했다고 했어. 군인이어서 명령에 따라야 했고. 아마 지금쯤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야."
나 : "그럼 광주 시민들도 피해자이고, 군인들도 피해자이면 누가 잘못한 거야?"
마이산 : "위에서 지시를 내린 사람이지."
강물 : "엄마, 우리나라에도 <안네의 일기>처럼 <오월의 일기>가 있어. 5·18 당시에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가 쓴 일기가 있는데, 제목이 '무서움', '공포' 이런 거야. 6학년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런 일기를 썼겠어. 몸이 덜덜 떨렸다고 했어."
마이산 :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도 많아. 특히 어린이들."
아이들은 민주화운동을 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군인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유도 모르고 죽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굳이 알려줘야 할 것도 말할 것도 없었다.
나 : "그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물 : "역사를 잘 공부해야지."
마이산 : "투표를 잘 해야 해."
나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들, 시민들을 제압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친정엄마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말로 사람을 저렇게 때렸을까?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엄마도 나도 그 당시에 같은 나라에 있었지만 직접 겪지는 않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진실을 알게 되었고 자료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다행이다. 엄마보다 나는 더 일찍 알았고 내 아이들은 나보다 더 일찍 깨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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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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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 지켜본 중1 아이들의 단호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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