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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불안의 공존, '코로나 학번'의 뒤늦은 새 학기

대면 수업이 대학가에 불러온 변화

등록 2021.11.30 09:24수정 2021.11.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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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모인 학생들 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온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모인 학생들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온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감재원
 
"그동안 비대면 수업만 하다 보니 사이버 대학을 다닌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 진짜 학교를 다니니까 정말 입학한 것 같아요.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또 설레기도 하죠. 얼른 동기들과 사귀고 싶어요."


K대학 21학번 K씨는 일부 수강 강의가 지난 1일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1주일에 두 차례 학교에 나오고 있다. 일부 강의는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대면으로 바뀐 강의를 직접 수강하는 기분은 '설렘과 기대' 그 자체라고 한다.

K씨는 "교수님도 직접 뵙고 단톡방에서 만나던 과 친구들을 직접 보니까 많은 게 달라 보인다"면서 "비로소 대학 새내기 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낙엽이 다 떨어져 교내 풍경은 좀 쓸쓸해 보이지만 우리 마음은 봄이 오는 것처럼 왠지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K씨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 입학 후에도 통상적인 대학생활을 하지 못한 세대를 대학가에서는 이른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부른다. 주로 20학번과 21학번으로 대학 캠퍼스에서의 수업은 물론 신입생 OT와 MT, 동아리 활동, 대학 축제 등 대학생으로서의 경험을 거의 하지 못했다.

동아리 활동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온라인상에서 이뤄졌을 뿐이다. 드디어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자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더욱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S대학에 다니는 O씨는 "그동안 동아리 활동이 제한적이었는데 이제 학생회, 동아리, 혹은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주로 학교에서 만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5~6명씩 조를 짜서 온라인으로 활동해왔는데 이제 직접 만나고 밤 10시 이후에도 식당에서 이야기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O씨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인원 제한이 더 풀린다면 다른 대학 동아리와도 만나는 등 대면 모임이 더 활발해지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야 대학가 분위기가 난다"

코로나19 규제 완화는 대학 캠퍼스 뿐 아니라 주변 상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원과 영업 시간 제한이 완화되면서 대학 인근 상가에는 학생들로 가득차고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H대학 주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O씨는 "이제야 대학가 분위기가 나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과잠 입은 학생들이 수업 끝나고 술 마시러 온다"면서 "규제가 심할 때 놀지 못한 것을 몰아서 놀고 사람 만나는 것 같다"고 했다. O씨는 또 "지난 2년 동안 한 푼도 벌지 못해 빚만 늘었지만 요즘은 그래도 매출이 있다"면서 "힘들지만 행복한 것은 당연하고, 계속 힘들어도 좋으니 학생들이 많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웃어보였다.

이처럼 캠퍼스와 주변 상권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2학기가 시작한 이후에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며 온라인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갑작스런 대면 수업 전환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H대학 K씨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서 급하게 살 곳을 알아보느라 힘들었다"라고 했다. K씨는 "비싼 등록금 내고 온라인 수업만 듣는 것도 좀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한 과목 수업 때문에 비싼 월세까지 더 내야하는 것도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Y대 K씨는 "대면 수업을 하면서 대학가가 북적거리고 상권이 살아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를 더 이상 조심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K씨는 "술집에 여러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붙어 앉아 밤 늦게까지 노는 걸 보면 정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것들은 지키는 절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가 '코로나 학번'은 그동안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지만 서서히 생기를 되찾고 있다. 뒤늦게 새내기 기분을 내기 시작한 '코로나 학번'은 안전하면서 건강한 대학생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시도하는 시간이 되길 설레임과 두려움 속에 바라고 있다.
#위드코로나 #대면수업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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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민기자 감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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