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뮤비에 진짜 말이 아닌 가짜 말을 등장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가수 현아씨.
스튜디오 룰루랄라
이 소식을 접하고, 부끄럽게도 '내가 참깨에게 했던 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비일상적인 공간에 참깨를 무리하게 동원해 촬영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귀여운 참깨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었다. 그러니, '이게 왜 문제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참깨가 사람들이 환호하는 영상 속 동물의 행동을 흉내 냈으면 하는 마음에 특정한 상황을 연출해 영상을 찍은 건 사실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오로지 내가 즐겁기 위해서 참깨를 일종의 '도구'로서 영상에 등장시킨 게 아닐까. 물리적 학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욕심을 예민하게 경계하지 않는다면 내가 참깨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방해하고, 괴롭히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SNS도 어찌 보면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보는 사람이 적고, 팔로워가 지인들 위주라고 하더라도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많은 영상들이 SNS을 통해 공유되곤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동물 콘텐츠를 만들 때에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동물 학대를 막고 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인식, 편견을 재확산시키지 않을 것이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내가 참깨와 싸우지 않고 함께 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건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가 아니라, 명백히 우리 관계에서 내게 권력이 존재함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참깨에게 밥을 줄 수 있고 화장실을 치워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나의 일상'을 독립적으로 일궈나갈 수 있어서 참깨의 외침에도 집을 나설 수 있는 건 명확히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참깨가 사람들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 혹은 비언어적인 표현을 했을 때, 내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현실 세계뿐만이 아니라 나의 SNS에서도 참깨가 안전하고 행복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더 조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