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어머니와의 소소한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오선명씨
오선명
그러나 촬영 과정이 마냥 신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는 낯선 환경에 놓이는 부담감과 무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거듭 토로해왔다.
"촬영 때문에 엄마가 서울에 와서 회상 치료와 VR 훈련을 받았거든요. 다 끝나고 내려가는 길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나 봐요. 뭘 많이 하긴 했는데 기억이 뚜렷하지 않으니까 굉장히 스트레스로 다가갔던 모양이에요. 갑자기 '다음엔 안 올끼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엄마하고 나하고 병원에서 훈련도 받고, 의사선생님도 만나고, 그걸 다 찍었어. 촬영한 게 곧 테레비에 다 나올 거야. 그러면 내가 나중에 엄마 없어도 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설명을 하니까 그걸 들으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내가 그랬나?' 하시는 거예요.
"엄마 이야기를 들으니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뭘 했는지 자꾸 회상을 시켜주고, 환자가 두려워하는 걸 내가 한 번 걸러주면 훨씬 나아지잖아요. 나 같아도 어디 가는데 기억이 안 나고, 그러면 집에만 있을 것 같아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어머니를 그렇게 방치하면 안 되잖아요. 바깥 활동을 해야 외부 세계와도 연결되고 고립되지 않으니까요."
거듭 고충을 털어 놓는 어머니의 언어로만 그 고립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혼자만의 세계에 본인을 가두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에 엄마한테 갔을 때, 내가 엄마랑 같은 방에서 잤거든요. 아침에 일찍 깼는데 엄마가 내가 옆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전에는 내 옆에 와서 다리도 주무르고, '네가 몇 살이고?' 이렇게 질문도 계속했거든요. 그걸 보니까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슬픈 거예요. 치매 환자가 이렇게 고립되는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걸 그냥 지켜보면 안 되겠더라고요. 엄마를 더 자주 깨워서 우리가 옆에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계속 깨우쳐줘야겠더라고요."
짐작도 할 수 없는 고독의 심연 속에 사는 어머니를 깨우기 위해서 선생님은 매일 전화하고, 최대한 많이 찾아가고, 사랑을 많이 표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