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국제평화센터가 개관 30주년을 맞아 '동물의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로 열고 있는 특별전 팸플릿.
박광홍
전쟁이 남기는 상처는 실로 지대하다. 극단의 폭력이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다. 살아남은 이들 역시, 회복할 수 없는 아픔을 내면에 품고서 여생을 보낸다.
특히 근현대에 수립된 총력전 체제는 전쟁의 파괴력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전국민이 동원의 대상으로 설정됨에 따라 전투원과 비전투원, 전방과 후방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시의 일본은 총력전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패전한 1945년도에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남성 23.9세, 여성 37.5세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수치는, 전쟁에 희생되는 것에 있어 계층과 남녀노소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쟁 위에 인간의 존엄성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사회구성원의 범주 밖에 놓여진 동물들 역시 전쟁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오사카국제평화센터가 개관 30주년을 맞아 '동물의 생명과 평화'라는 주제로 열고 있는 특별전(9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은, 전쟁의 참상을 동물의 입장에서 조명하는 새로운 시도다. 오사카국제평화센터는 일본의 대륙 침략이 아시아 태평양 전쟁으로 확전된 경위를 설명하며 오사카 공습을 중심으로 당시 시민들이 겪었던 참상에 대해 전시하고 있는 시설이다.
부끄러운 인간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