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이 다큐시집 '구파 백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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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구공원 의거는 우리나라 항일독립운동사의 기념비적인 의거이다. 윤봉길의 이름은 모두가 기억하지만, 그날의 거사는 윤봉길만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상해 홍구공원 천장절 행사에서 도시락 폭탄을 투척하기로 했던 의사가 또 있었다.구파 백정기이다.
구파는 공원을 출입할 수 있는 입장권 도착이 늦어지면서 정해진 시각에 홍구공원에 당도할 수 없었다. 결국 구파의 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구파가 입장권을 제때 전달 받을 수만 있었다면, 홍구공원 폭탄 의거는 일제에 더 큰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날 홍구공원 거사는 백범 김구의 '임정'과 이회영 백정기 등이 결성한 '남화한청연' 두 세력이 준비했다.
남화한청연 거사는 무위가 됐고, 그 결과 김구와 윤봉길은 역사에 남는 사건을 성공시켰다. 무위로 끝난 남화한청연과 구파 백정기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잊혀진 역사가 됐다. 구파는 1934년 6월, 39세에 옥사했다.
잊혀진 역사로 남겨진 구파 백정기 의사를 다룬 다큐 시집 <구파 백정기>가 출간됐다.
책을 쓴 백남이 시인은 구파와 한 집안 사람이다. 구파는 시인에게 5촌 당숙이다. 시인은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백정기 의사의 자료를 접했다. 이후 시인은 자손으로서 크나 큰 책무감을 안고 살았다.
책은 시인이 마음의 빚, 후손의 의무, 잊혀지고 묻혀진 의결투사를 발굴하는 사명감, 그리고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밀어붙이면서 죽음의 공포도 끌어안고 죽음의 불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던 한 사내의 옹골찬 삶을 제대로 그려낸 결과물이다.
백남이 다큐시집이라는 별칭을 달고 있는 이 시집은 한 많은 일제강점기 불의에 굴하지 않고 아나키스트로서의 순수성과 독립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 삶을 불 살랐던 구파의 삶을 그나마 온전히 그려냈다.
제한적인 자료들과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구파시대의 어르신들마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아 구파의 생애를 올곧게 복원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시인은 해냈다.
책은 역사교과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수많은 실패한 거사와 강점의 시대가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밀정의 늪에서 오직 조국해방의 꿈을 쫓으며 풍찬노숙했던 망국의 의열청년 등 모든 이름이 드러나지 못한 수십 수백의 또 다른 구파들에게 바치는 시집이기도 하다.
시집 속 구파의 옥중 편지에서 드러나는 그의 절절한 조국 독립 의지는 큰 울림을 준다.
"나는/몇 달을 더 못 살겠다//그러나/동지들은 서러워 말라//내가 죽어도//사상은/죽지 않을 것이며/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이다//형들은 자중자애하여/출옥한 후//조국의/자주독립과/겨레의 영예를 위해//지금 가진//그 의지/그 심경으로//매진하기 바란다"('옥중 편지')
저자 백남이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제주도에 살고 있다. 그의 첫 시집 <사랑은 없다, 기다리기로 하자>에서 바로 지금이 사랑할 때임을 깨닫기까지, 제주는 지난한 표류를 잠식시켜주었고 19년 만에 시집을 엮게 해주었다.
제주 입도 7년 차 육지것으로 살면서 세상 없이 아름다운 제주가 난개발로 훼손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자연 환경 그대로의 보존이 현세의 독립운동임을 인식한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민족문학연구회 회원이고 평화의길 제주지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파 백정기 - 백 남 이 다큐시집
백남이 (지은이),
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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