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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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교수도 결국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인 학생을 자주 찾으며 의존하게 돼 있다. 사소한 부탁에도 쏠림현상이 발생한다. 보통 한국인 전일제 학생은 조교를 하며 등록금을 어느 정도 감면받고 근로와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수가 여덟이면, 과장을 보태서 각자 한 가지 부탁만 해도 벌써 8가지 부탁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학과 행사에 의무 참여하거나 교수의 부탁을 두셋쯤 처리하다 보면 하루를 꼬박 다 써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비를 감면받았을 뿐 생계 문제는 별도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면 결국에 추가적으로 일과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지만, 교수들이 학생들의 경제 사정에 대해 눈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
혹자는 누가 가라고 해서 간 대학원도 아닐 뿐더러, 본인 학력 높이려 선택한 것인데 왜 이리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반문할 수 있다. 덤으로 취업을 유예하고 구직시장에서 경쟁력도 얻을 수 있는데 체리 피킹을 하려는 것 아니냐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돈으로 고액의 등록금을 내가며 공부하러 온 대학원에서 공부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의 일을 떠맡아 하다가, 정작 자기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면, 이것은 분명히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징후일 것이다.
대학원 구조조정과 국제화지수 개념 재검토
위와 같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원 지원율이 감소해 사람이 부족해지자, 대학 측에서 형식적인 규모를 유지하고자 임시방편으로 외국인 위주로 신입 충원을 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또한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의 국제화 지수가 올라가는 단순한 평가방식이 유발한 일이기도 했다.
따라서 필자는 '대학원 정원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원 감축에 맞춰 전일제 학생일 경우, 정원의 절반 정도는 정식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계약직 일자리를 함께 제공하는 쪽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입학 당시 합격증서와 표준 근로계약서를 같이 보내는 방식 역시 적절하다.
현재는 BK21 사업에 선정된 몇몇 학교에서만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대학원 정원 감축이 이뤄진 후에는 연구용역과 결부지어 고용과 결부된 진학형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동시에 기계적으로 단순히 외국인 학생수를 늘려감으로써 국제화 지수를 높이는 방식이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어 능력이 학술적 언어를 다룰 수준이 되지 못하는데도 억지로 입학시켜 머릿수를 맞추는 것은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수업의 질을 해치고 오히려 수업 부담이 편중된 소수 학생을 번 아웃에 빠뜨리기 쉽다.
내실있는 연구공동체 재건을 위해 지방 국공립 대학원부터 합치자
마지막으로 국공립 대학원부터 우선적으로 합쳐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대학원도 결국엔 연구자 공동체다. 적정규모가 유지돼야 공동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탐구욕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공부를 봐주고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지도교수와의 수직적 도제식 교육이 갖는 부실점을 수평적으로 보완할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논문 쓸 능력이 되는 학생이 극소수인 상황이고, 그들조차 결국은 과노동에 시달려 학문적으로 의사소통을 나눌 동료 없이 고립돼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생적으로 연구자 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는 대학원은 스스로 존립 기반이 위태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당장 국공립대학교 대학원의 공동학위제까지 단번에 나아가는 것은 무리겠지만, 학점인정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국공립 대학원부터 학과별로 묶고 지역거점별로 분화시켜 학생과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안이다.
조직의 적정규모를 유지하고 적재적소에 자원을 낭비 없이 투자하는 일은 우리 정치의 중요한 책무다. 한 개인을 지나치게 소진시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집단은 사실상 자생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스스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대학원생 잔혹사'와 같은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교육당국은 넓은 안목에서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개선을 가해주길 바란다. 투박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본 글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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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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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 번아웃... '대학원생 잔혹사' 끊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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