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을 학대하고 폭행한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장애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 장애인보호기관 원장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장애인부모와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이 '일벌백계'를 통한 재발방지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다.
대전지역 장애인·인권·시민단체 및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차별철폐연대)는 23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을 학대하고 폭행한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17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전 원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 사회봉사,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다.
A씨의 범행은 올해 1월 한 제보자의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서 A씨는 해당 시설에 맡겨진 발달장애인에게 사정없이 발길질을 하고, 머리채를 붙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또한 죽도로 샌드백을 내리치면서 공포를 조성하고 다른 장애인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의 부모와 지역단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조속한 격리, 피해자 구제 및 긴급서비스 지원, 가해자 엄벌, 기관에 대한 엄중한 행정처분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행정기관(대전시청과 중구청)은 가해자에 대한 사법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고 미뤄왔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특히, 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대전시민 519명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원은 결국 우려했던 대로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야 말았다"며 "폭행과 학대에 대한 집행유예 2년을 제외하고 고작 1년만 지나면 그는 어느 곳에선가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솜방망이처벌과 그에 따른 행정처분으로는 또 다른 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지지부진한 사이 또 다른 장애인 이용시설에서 관리자가 시설 이용 장애인을 결박하고 감금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장애인을 보호해야할 시설에서 장애인 학대가 반복되고 있는 이 암담한 현실을 도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고 분개했다.
이들은 또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담당재판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따라서 이제라도 이 사건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을 바로잡기 위해 검찰은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