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나' 키워드 검색 결과 [사진=트위터 캡쳐]
신서윤, 이윤주
'프로아나'란 찬성이라는 의미인 pro-에 거식증을 의미하는 용어인 에너렉시아(anorexia)를 합성한 신조어로, 거식증을 지향하고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하나의 경향을 가리킨다. 프로아나는 주로 트위터, 틱톡과 같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해당 단어를 해시태그로 사용하며 '함께 조일(굶으며 살을 뺄)' 친구를 찾고 서로의 극단적 단식과 다이어트를 응원하고 있다.
프로아나를 SNS에 검색하면 '뼈말라', '씹뱉', '먹토' 등 다양한 내용이 필터링 없이 나타난다. 프로아나를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검색 결과를 몇 분 보기만 하면 프로아나가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손쉽게 프로아나의 방법, 용어들을 접하여 관심을 갖게 된 후에는 소셜 미디어의 큐레이션과 같은 맞춤 추천 기능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지속해서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 매우 공개적인 SNS를 통해 프로아나를 접하고 빠져드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난 후에는 관련된 내용에 지속해서 노출되어 벗어나기 어려운 폐쇄적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특히 SNS를 통한 소통 및 정보 공유가 보편적인 10, 20대 사이에서 이 현상은 더욱 더 빠르게 나타난다. '탈프아(프로아나) 했다가 다시 왔어요'라는 말과 같이 프로아나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식으로든 그만두었다가도 타자만 몇 번 치면 손쉽게 다시 함께 프로아나를 할 친구들과 환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로서의 식이장애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다이어트를 하라고 말해서 이제 다이어트는 어떤 하나의 기준이 되어 큰 압력으로 다가오잖아요. 적당히 하는 건 괜찮다고 말하면서 식욕억제제 같은 약을 먹으면 '그런 것까지 먹어야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이 악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죠. 사회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줘놓고 오히려 압박대로 따르면 유난스럽다고 하고… 그래서 식이장애에 걸린 분들이 힘들다고 얘기를 못 하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까지 유난스럽게 다이어트를 하는 걸 알면 사람들이 비난할까 봐. 저는 이런 점들이 사람들을 훨씬 힘들게 한다고 보고, 그래서 식이장애는 사회적인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는 모두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고, 단식 혹은 초절식을 하고, 먹토와 씹뱉과 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게워내는 사람들을 유난스럽고, 특이하며 그것을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탓이라고 판단하여 기괴한 눈초리로 보기 일쑤다.
그러나 날씬함이 가치 및 수단으로 작동하는 하는 사회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식이장애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만약 이 사회가 타인의 몸에 어떠한 잣대나 평가도 들이대지 않는다면, 외모에 대해 그 어떤 가치도 매기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래도 지금과 같이 수많은 사람이 서로 다이어트를 보편적인 경험으로 공유하며 조언하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 뼈가 보일 때까지 마르고자 하는 프로아나를 추구하고, 식욕억제제를 마구잡이로 처방하고 처방받는 등의 일이 존재할까?
이런 배경에서 김윤아 상담사는 식이장애를 겪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프로아나와 같은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사회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몸과 다이어트에 대한 이중적 잣대는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치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식이장애라는 미로의 출구가 될 '인식의 변화'
"전 프로아나 자체가 더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고 소위 말하는 음지에만 있었으면 합니다. 프로아나는 유튜브나 SNS가 발달한 지금 어린 청소년들이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저 또한 그렇게 접하여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프로아나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취재 중 만난 프로아나로 활동 중인 사람의 말.
식이장애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게 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지속적인 언론 보도 및 노출이 있다. 최근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프로아나 및 마약성 식욕억제제의 무분별한 처방의 위험성을 보도하며 우리 사회의 엄격한 미의 기준 등을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영향력을 가진 이런 보도와 방송이 누군가에게는 식이장애 및 프로아나로 가는 입문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취재 중 현재 SNS에서 프로아나로 활동 중인 한 사람으로부터 더는 프로아나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공개적인 곳의 언급이나 보도가 없었으면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김윤아 상담사에게 물었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제 내담자분들만 하더라도 식욕억제제가 방송에 나간 순간, 그 약이 대놓고 위험하다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렇게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는 상담을 하고 있어서 아니라고 말릴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말릴 수 없는 불특정 다수한테는 분명히 그런 방송이 자극되어 시도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저도 사실 이게 조금 어려운 부분이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어떠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위험성이 알려진다면 그러한 반응도 덜하지 않을까요."
식이장애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이를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도록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언론 보도와 노출이 필요하다. 그 과정 중에서 프로아나 혹은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식을 접하게 되어 식이장애를 앓게 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을 출구로 이끄는 것 또한 변화된 생각과 인식을 하게 된 주변인들과 사회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단순히 식이장애의 비정상적임과 기괴함을 말할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그리고 꾸준히 인식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식이장애라는 미로 안에서 헤매는, 미로 안에 갓 발을 들이게 된 사람들이 빠른 시일 내에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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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장애를 '개인 문제'라고 여기는 당신이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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