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열린 파업 집회 도중 기자와 인터뷰 중인 군산의료원 문세미 간호사.
권우성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만난 문 간호사는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군산의료원의 의료진들이 '파업'을 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군산의료원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전담병원으로 지정, 전북지역 코로나 병상 중 20여%를 책임지고 있는 감염병 전담병원이다. 4년차인 문 간호사 역시 군산의료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초기부터 병동을 지켰다.
2020년 3월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는 대구에서 온 환자들을 돌봤고, 올해 그리스·태국·필리핀 환자 등 외국인 환자들이 늘어났을 때는 손짓·발짓을 하며 확진자들의 증상을 확인했다. 치매 환자들이 폐기물 수거함에 대변을 보고 벽에 이를 묻혀 간호사들이 직접 치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CCTV가 없는 샤워실이나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환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간호사들이었다. 확진자들을 돌보다 직원들이 코로나 확진을 받는 일도 상당했다.
문 간호사의 동료 심예람(26) 간호사가 그랬다. 군산의료원 코로나병동에서 일했던 심 간호사는 지난 1월 병동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발열증상이 있던 그는 자신이 일했던 코로나 병동에 28일여 간 입원했다. 치료 후 그는 다시 코로나 병동으로의 복귀를 택했다.
"코로나환자는 신규인력이 맡기에 한계가 있어요. 기본 2개월 이상 교육은 물론 위기 대응력을 배우는 최소 6개월의 숙련 기간이 필요해 혼자 환자를 담당하려면 기본 1년이 필요해요. 그러니 신규인력보다 제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확진 후 이미 항체도 생겼을 테니 다른 동료보다 제가 일하는 게 안전하기도 했고요."
심 간호사는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환자들을 돌보는 게 내 일인데"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이들이 파업을 결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 간호사는 "간호 인력의 피로도 누적을 비롯해 군산의료원이 약속했던 처우개선 등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북 지역의 코로나 병상은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 두 곳에서 맡고 있다. 이들 의료진은 현장뿐 아니라 생활치료센터와 재택 치료센터까지 책임진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인력은 2년여째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군산의료원 지부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를 책임지는 국립대병원에 2022년 3753명을 증원해달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한시 인력(433명)을 뺀 실질적 증원 수는 929명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