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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낡은 정치 바꿔야... 슈퍼대통령제, 끝내겠다"

3일 '다당제 책임연정' 중심 정치개혁 비전 발표... "의회를 민주정치 중심에"

등록 2022.01.03 12:03수정 2022.01.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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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대개혁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대개혁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3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특유의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대선이 비호감 선거가 되어가고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니 오히려 양당의 후보들이 협치, 연정, 통합 등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슈퍼대통령제와 통합, 연정, 협치는 결코 양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그는 다당제 책임연정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 비전'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인물교대가 아닌, 낡은 정치체제를 교체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며 "기득권 양당 간에 공수만 바꾸어 가면서 청와대 권력쟁탈을 위한 극렬한 대결만을 펼치는 지금의 정치구조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공허한 적대의 정치가 아닌 시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꼽은 그 해법은 "정치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의회로"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을 실무형 스텝조직으로 축소·개편, 각 수석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국무총리는 국회가 추천하도록 하는 등 청와대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총리가 지휘하는 국무회의가 일상적 업무를 담당하며 의회 각 정당과 수시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책임총리제'를 제대로 실현해보겠다는 취지다.

심 후보는 또 ▲다양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 교섭단체제도 개선 등으로 다당제를 추진하는 한편, 행정부의 법안제출권 폐지, 예산편성권과 감사원을 의회로 이관하는 등 정치의 중심에 의회를 놓겠다고 했다.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선 결선투표를 실시하며 대통령선거 출마연령 제한을 없애는 등 시민권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합의제 민주주의' 선언 제안... "다양한 시민 목소리 반영하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대개혁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정치대개혁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양당 과두정치의 시대를 끝내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되는 다원적 정당체제로 함께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강한 대통령제는 정당을 선거캠프로 전락시키고, 여당을 청와대 분소로 만든다"며 "이제 정치, 정치답게 하자. 이를 위해 슈퍼대통령제를 끝내고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아가겠다는 곳을 공동으로 합의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자신의 제안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실용내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도 짚었다. 심 후보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유능한 사람 발탁해서 쓰겠다' 정도로 이해했는데, (그것은 제가 말하는) 책임연정 방식이 아니다"라며 "지금 양당 체제에선 그 수준이 최선일 것이고, 제가 말씀드린 '슈퍼대통령 시대를 끝내는 정치교체'하고는 큰 상관이 없다.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내각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지만, 이날엔 언급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기자의 질문에 "내각책임제는 너무나 정형된 이미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의회중심제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이원집정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거쳐서 명실상부한 의회중심제로 나아가는 한국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의회중심제란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전문] "다당제 책임연정의 시대 여는 첫 대통령 되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가 밝았지만 인사와 덕담이 무색하게 코로나19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좌절과 고립감, 생계의 위협도 바이러스 못지않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정치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선거는 말씀드리기 민망할 정도로 혼탁합니다.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시민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나이 든 시민과 청년들은 고독사와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데, 비호감을 경쟁하고 덜 나쁜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말에는 같은 정치인으로서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혼탁한 선거는 단순히 후보 개인들의 부족한 도덕성과 준비가 이유만은 분명히 아닙니다. 이것은 기득권 양당정치가 이제 끝자락에 와있다는 강력한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인물교대가 아닌 낡은 정치체제를 교체하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만 바꾼다고 시민의 삶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5년 전 촛불광장에서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이 나아질까요?"라고 묻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한 물음이 기억납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을 우리 국민 모두가 무겁게 되묻고 있습니다. 내 삶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정치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정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양당 후보는 모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슈퍼대통령'이 되어서 국민들을 고난 속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권력쟁탈을 위한 적대적 공존의 정치구조하에서는 대통령이 아무리 잘해봐야 결국 권력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 역대 대통령들의 다수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공허한 적대의 정치가 아닌 시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교체가 절실합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에서 멈춘 민주주의, "정치를 내손으로!"의 시대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독재권력은 무너졌고 시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민주화는 '대통령을 내손으로'에서 멈춰 서버렸습니다. 그러나 진정 시민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치의 중심을 이제 청와대에서 의회로 바꿔야 합니다. 

민주화 이후 의회를 국민의 제1의 주권기관이자 정치의 중심으로 바로 세우는 과정은 외면되어 왔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독재정권 못지 않은 슈퍼대통령으로 끊임없이 강화되어왔고 의회는 통법부로 변질되어 왔습니다. 이 구조 속에서 기득권 양당정치는 청와대 권력을 중심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슈퍼대통령과 함께 고착화된 기득권 양당정치는 민주화 이후 일어난 불평등의 심화, 기후위기, 산업전환 등 시민들의 삶에 절실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해 왔습니다.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오늘날의 이 혼탁한 선거로 대표되는 '정치의 몰락'을 초래한 것입니다.

이제 시대는 변화했습니다. 민주주의 시대의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과 달라야 합니다. 선출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정치 그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을 내손으로!"에서 "정치를 내손으로!" 바꾸는 정치교체, 진정한 시민 정치 시대를 여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슈퍼대통령 시대를 끝내겠습니다.

저, 심상정은 슈퍼대통령 시대를 끝내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대통령 권한의 분산, 의회구성의 다원화와 권한강화, 시민들의 참정권 강화와 합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한 책임연정을 시작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대통령 중심제를 의회중심제로 전환하기 위한 주춧돌이 되어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가 정치의 중심인 나라, 대권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시민권이 강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34년 지속된 양당기득권 정치를 넘어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 정치가 희망이 되는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첫째, 청와대 권력을 분산시키겠습니다. 

내각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비서실을 실무형 스텝조직으로 축소개편하겠습니다. 그림자 내각의 형태를 띄고 있는 청와대의 각 수석제도는 즉각 폐지하겠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가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헌법상 총리의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일상적 행정부 업무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국무회의에서 담당하며 총리가 의회의 각 정당들과 수시로 정무적인 협의와 소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남녀동수내각, 세대연대내각의 원칙도 도입하겠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분권을 단호히 시작함으로서 의회중심제로의 전환의 기틀을 놓겠습니다. 

둘째, 의회를 민주정치의 중심에 세우겠습니다.

시민들의 삶의 현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오로지 양당간의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격렬하게 반응하는 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다툼만 격렬할 뿐 내용도 실체적인 성과도 없는 지금의 의회정치를 바꾸어야 합니다. 의회가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일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다원적 정치체제로의 전환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개혁, 교섭단체제도 개선 등을 통해 다당제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먼저 6월 지방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회가 행정부에 종속되지 않도록 의회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하겠습니다. 2024년부터 행정부의 법안제출권은 폐지하고 예산편성권과 감사원을 의회로 이관할 수 있도록 임기 시작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셋째, 대권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시민권이 강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정치에 반영하겠습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시민들의 의사가 온전히 선거에 반영되도록 할 것입니다. 시민들의 참정권 확대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하며, 모든 시민에게 제한없는 자유로운 정당가입과 활동을 보장하겠습니다. 

이상의 내용들에 대해서 대통령의 의지로 추진가능한 것은 대통령이 될 경우 즉각 추진할 것이고 개헌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2024년 총선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적 합의를 적극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선이 비호감 선거가 되어 가고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니 오히려 양당의 후보들이 협치, 연정, 통합 등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슈퍼대통령제와 통합, 연정, 협치는 결코 양립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앞에서는 의회에서의 협치도, 정당 간 책임있는 연정도, 통합정부 운영도 무력화 될 것입니다. 진정성이 있다면 먼저 슈퍼대통령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당제 책임연정에 기초한 정치의 전환이 아닌 대통령의 선의에 의존한 통합정부는 사실상 기존에 반복되어 오던 인물발탁에 불과합니다. 독일의 신호등연정처럼 다른 가치와 세력들간에 정책별 합의와 권력분점 이루어질 때 정치가 소외되는 시민들의 목소리 없이 통합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심상정은 다른 대선 후보들께 제안합니다.

이제 슈퍼대통령제를 끝내고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아가겠다는 정치 대전환의 공동선언을 합시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정치개혁 과제는 어느 한 정당, 한 후보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한 대통령제는 정당을 선거캠프로 전락시키고, 여당을 청와대 분소로 만듭니다. 오로지 다음 대통령 선거를 향한 무한 질주는 정치를 거칠게 만듭니다. 오로지 국민을 희생양으로 만들 뿐입니다. 이제 정치는 정치답게 합시다. 양당 과두정치의 시대를 끝내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되는 다원적 정당체제로 함께 나아가자는 합의를 이룹시다. 감사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다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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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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