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21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선생님의 명성이야 따로 소개하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나이 50이 넘은 제 또래부터 1994년 이래 수능을 경험한 30~40대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성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심지어 제가 만나고 있는 어린 고등학생들조차 선생님을 '대학 입시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할 정도입니다.
토론 프로그램 당시 학생부종합전형(아래 학종)의 문제점을 수많은 통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하시는 모습은 가히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반박 불가'의 경지였고, 반론을 펼치던 상대방조차 고개를 주억거리도록 만드셨습니다. 저도 그때 내색하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거침없는 논리에 탄복하여 무릎을 쳤습니다.
선생님의 일관된 주장과 줄기찬 노력은 여론을 움직여 여러 대선 후보들의 대학 입시 관련 공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합니다. 후보마다 학종 대신 수능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아예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100%로 전형을 통일하겠다는 후보까지 나오는 형국입니다.
급기야 어느덧 동네북으로 전락한 학종을 '확인 사살'하듯,
<오마이뉴스>에 '학종의 거짓말'이라는 연재를 시작하셨습니다. 여론은 이미 학종 하면 본능적으로 조국 사태를 떠올리고, 수능은 공정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이니, 선생님의 연재는 학종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내는 일로 간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선생님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가슴은 왜 이리 헛헛한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주장과 논리에 십분 동의하지만, 그러잖아도 어수선한 학교 현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만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 전국의 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칫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천덕꾸러기가 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종 확대 주장에 맞서 허점을 적확하게 논파하고 있지만, 교육의 본령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주장의 근거와 해석이 잘못됐으니 학종은 틀렸다며 일도양단하는 건 곤란합니다. 학종은 수능 위주 전형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학종의 폐해에 견줘 하찮은 문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수능으로 줄 세우던 시절 전국 모든 학교의 교과 수업은 기출문제를 푸는 방식이었고, 교과서는 자연스럽게 문제집으로 대체됐습니다. 교사의 수업 개선 노력은 언감생심이고, 학교생활의 꽃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이내 무력화됐습니다. 문제 풀이가 모든 아이의 취미이자 특기였던 삭막한 시절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교사마다 조언이랍시고 아이들 앞에서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댔겠습니까. 지금도 수시를 접고 수능에 올인하겠다는 아이들의 하나같은 다짐은 '시중의 기출문제집을 모조리 씹어 먹겠다'는 것입니다.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다양한 유형에 익숙해질수록 수능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섭니다.
수능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
대입 전문가이신 선생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실 테지만,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의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에 쏟는 '쓸데없는' 시간을 아껴 수능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수능 감독관으로 갔을 때, 시험실마다 검정고시 출신이 적지 않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선택지는 의외로 많습니다. 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기숙학원도 있고, 백수 십만 원 안팎의 대입 종합반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안 되면, 수십만 원짜리 독학 재수학원에 다닐 수도 있고, 그보다 저렴한 인터넷 강의에 의존해 대입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든 저든 종일 문제 풀이와 씨름하는 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