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위기를 극복하는 3농 문제 해결 위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출범 기자회견'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배우 정우성,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도올 김용옥,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도법 스님, 박맹수 원광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21.10.8
권우성
농민 포함한 농촌주민 모두에게
다음으로 이 후보는 농민기본소득의 재원마련이 쉽다고 생각한 듯하다. "연간 농가 1가구당 1100만 원, 1200만 원 정도가 지원되는데,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약간 지원만 해주면 농민 1인당 30만 원 정도는 가뿐하게 (지급)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더미래연구소>의 '농가지원 재정·조세지출의 농민기본소득으로의 전환에 관한 정책보고서'(이하 '보고서')에 근거를 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농가지원을 위한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을 통합하고 약간의 추가 지원만 하면 농민 1인당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보고서는 중요한 함의를 많이 담고는 있지만, 한 가지 결정적 한계가 있다.
대담에서 우리는 공익기여직접지불(흔히 '공익형 직불')을 현행 2.4조 원에서 차기 정부에서는 8조 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더미래연구소>의 보고서는 농민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익형 직불을 포함해 기존의 농민소득지원 재원 3.8조 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생산주의 농정에 의한 대농 중심의 화석연료 의존형 농업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한 가족농 중심의 저탄소 생태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익형 직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농민기본소득이 아니라 농민공익기여직불이다, 왜냐면 http://omn.kr/1vj7j).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공익형 직불은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한국농업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현행 공익형 직불 예산(2.4조 원)과 보고서에서 지적한 기존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대농에게 편중된 조세지원(6.2조 원)의 약 절반(3.1조 원)을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고, 매년 5천억 원의 예산을 늘리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익기여지불 예산 8조 원을 차기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농민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개벽대행진'에서 제안한 것은 한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익형 직불을 8조 원까지 확대하고,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는 농민뿐 아니라 농민을 포함한 농촌주민 모두에게 월 1인당 30만 원씩 농촌기본소득에 해당하는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약칭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농촌주민수당(300만 명 대상이면 10조 8천억 원)은 농민기본소득과 달리 농림예산의 틀 내에서만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부처와 지자체의 '농촌'(개발)관련 예산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재원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나는 이날 대담 말미에 농촌주민수당의 재원 조달 방안을 이 후보에게 전달하였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기존 재정을 조정해서 커다란 추가 예산 없이 공익형 직불 8조 원과 농촌주민수당 10조 8천억 원이 지원된다면 농촌에 '개벽'이 찾아올 것이다.
농촌주민수당에는 전국의 면 지역 거의 대부분과 인구소멸위험 읍 지역과 동 지역이 대상이 되어, 거의 모든 농민이 포함될 것이다. 도시(대도시) 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의 농민은 제외될 수 있다. 제외되는 농민은 기존의 농민수당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주민수당을 받는 읍・면의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면 크고 작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같은 동네 이웃끼리의 갈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하는 게 정책이다.
도시나 인구가 늘어나는 읍・면에 살고 있는 농민이나 주민들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지역소멸위험 지역에 비하면 자산, 소득, 일자리, 농지가격, 생활여건 등 모든 측면에서 월등하다. 면에서 읍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날의 대담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농촌주민의 행복권'이 전혀 다루어지지 못했다. 농촌주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소득뿐 아니라 교육, 의료, 교통, 주거, 돌봄, 문화 등 기본적 사회서비스가 충실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하늘이 내린 사람' 둘러싼 오해
마지막으로 '하늘이 내린 사람'을 둘러싼 오해다. 도올 선생과 이재명 후보는 1시간가량 대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두 분 모두 대단히 만족한 상태에서 가벼운 덕담 차원에서 '하늘에 내린 사람' 발언이 있었다. 현장 분위기로 봐서는 자연스러웠으나, 이 장면이 동영상으로 편집되는 과정에서 첫머리에 등장하고 언론들이 크게 다루면서 화제를 낳아 이날의 대담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도올 선생과 나는 대행진을 진행하면서,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날의 대담도 이재명 후보가 도올 선생을 찾아와 성사된 것이고, 우리는 대선 후보 누구라도 대행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자 찾아온다면 응하기로 하고 이날 대담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도올 선생이 대담 중에서 하기로 하였는데 깜박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