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판: 석이버섯을 구할 수 없어서 목이버섯으로 대신하였고, 밀가루를 먹을 수 없는 남편을 위해서 다른 가루들을 섞어서 만들었다.
김정아
제일 중요한 일이라면 설 전날 저녁에 한국에 있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것이다. 한국과 시차가 있으니, 내 설날 아침이 되면 이미 한국은 설날이 지나고 다들 자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떡국도 한국 시간에 맞춰서 끓여 먹는다.
그리고 나서 설날 당일엔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명절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한다. 둘이 먹는 명절이니 되도록 간단하게 하려 하지만, 아무래도 명절 음식이니 결국 가짓수가 늘어나게 되어 있다. 남편이 평소에 좋아하는 갈비와 녹두전, 고기 완자 정도를 하는데, 우리 집에서 특별히 하는 음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절판이다.
옛날 친정아버지 살아계실 적에 어머니가 어느 날 만들기 시작하신 메뉴이니 우리 집 원래 전통 메뉴는 아니지만, 그 맛에 온 식구가 반해서 정말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재료를 각각 따로 볶아야 하니 손이 안 가는 음식은 아니지만, 잡채 정도로 손이 가되 좀 더 근사하게 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음식들은 다 내가 미리 준비하고, 이 구절판은 남편과 함께 준비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손이 빨라서 채 썰기도 나와 함께 하고, 재료 볶기는 자신이 맡아서 한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것을 하냐면서도 특별한 음식인 줄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한다. 나는 가운데에 들어갈 밀전병을 부친다.
서로의 구명 그물이 되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