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근 연구소장 강연
정덕경
대전에는 서로 상반되는 두 무덤, 현충원과 산내 골령골이 있다. 왜 어떤 무덤은 존경과 애도의 상징으로 만들고 다른 한 무덤은 숨기기에 급급했을까. 분단을 정당화하고, 학살을 감추기 위한 역사 속에서 무덤마저 차별을 겪은 것은 아니었을까.
첫 일정은 임재근 평화통일교육연구소장님의 강연이었다. 임재근 소장님은 골령골 학살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소장님의 강연을 통해 우리 머릿속에 조각으로 자리하고 있던 한국전쟁 시기의 역사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대전 형무소에 수감되고 골령골에서 학살된 사람들 중에 제주 4.3 항쟁 관련자, 여순 항쟁 관련자들이 있다. 남쪽의 단독 정부·단독 선거를 반대하던 사람들과 그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따를 수 없던 사람들, 이들을 한국 전쟁이라는 빌미로 학살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념이 다른 사람을 사회와 격리 시키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학살한 것이다.
소장님의 강연을 통해 학살 당시 미군의 책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골령골에서 학살이 일어날 때, 미군은 왜 옆에서 사진을 같이 찍은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해방 이후 미국은 한반도에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그 중 하우스만 대위는 1981년도까지 대한민국에 머물면서 스스로 '한국 대통령을 움직인 미군 대위'라는 책을 저술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이 있었다. 그는 여순 항쟁과 관련하여 "재판이 시작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저에게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감시하도록 시켰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 제가 먼저 싸인하기로 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해방시켜주고 나라를 지켜준다는 이미지를 심던 미국이지만, 학살의 또 다른 책임자임을 알 수 있다.
강연을 들으며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의 진상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민족의 통합을 바라는 사람들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대전 형무소 터와 산내 골령골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