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명동성당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 20세기형 소도로서 충실한 기능을 수행했다.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명동성당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 20세기형 소도로서 충실한 기능을 수행했다.
권기봉
사제단은 4월 18일 개신교 성직자단이 후원하고 가톨릭학생 지도 신부단이 주관한 '김상진 군 추모미사'를 명동성당에서 개최하였다.
함석헌 옹과 안충석 신부의 강연과 김상진 친구들의 조시 낭독이 있었다. 이와 관련 중앙정보부는 안충석 신부를 연행하고 23일에는 함석헌 옹과 김택암ㆍ오태순 신부를 연행했다.
사제단은 4월 24일 명동성당에서 '인권회복 기도회'를 열고 대전교구 이계창 신부의 강론에 이어 정부의 종교단압에 대한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 〈고 김상진 군의 죽음에 답하라〉는 대정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명동성당에는 성직자ㆍ신자 등 1천 3백여 명이 참석하였다.
안충석 신부의 강연과 관련 정부가 그를 연행하자 사제단은 5개항의 결의문에서 "4월 22일 당국이 불법으로 명동성당을 점거하고 시민의 통행은 물론 병원에의 통행마저 봉쇄한 사실은 시민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한 것이며 인도적 행사인 추도식을 방해한 만행이었다"고 성토했다.
같은 날 사제단은 〈김상진군의 죽음에 답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 정권은 왜 죽음마저 은폐하고 시신마저 도둑했는가?
현 정권은 왜 장례식과 추도식마저 폭력으로 방해했는가?
죽음을 모독함은 천륜을 거역함이며 인륜을 거역함은 현 정권의 무도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진리와 양심에 반하여 폭력과 정보정치로 존립을 지탱하는 현 정권으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는 고 김상진 군의 유골과 유품을 찾고 모아 민주 국민의 이름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날이 올 것을 확신하면서 지금도 방황하고 있을 그의 넋을 삼가 위로하는 바이다.
월남과 크메르 사태는 참된 민주주의 실현만이 공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제시해 주고 있다. 부패한 독재체제하에서 국민의 안녕과 평화는 물론 각자의 안보도 보장될 수 없음을 똑똑히 보아왔다. 독재와 부패정권의 존재는 우방과의 유대를 처단시키고 국민의 단결을 해쳐 국력을 약화시키는 촉매제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한다.
우리는 이 땅의 안보를 누구보다 걱정한다. 공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반공, 민주의 결의와 다짐을 거듭 확인하는 바이다. 그를 위해 우리는 먼저 부패와 독재의 추방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티우의 사임이 그의 중요한 결단임에도 불구하고 월남 국민의 안녕과 평화에 기여하지 못함은 왜인가? 이 상황에 비추어 우리는 현 정권의 일말의 애국심에 마지막 호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현 정권이 스스로 민주주의 실현을 통한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남은 길은 김상진 군이 죽음으로서 촉구한 숭고한 결단이 현 정권에게 요구될 뿐이다.
현 정권은 고 김상진군의 죽음에 답하라.
현 정권은 고 김상진군의 피에 보답하라.
현 정권은 고 김상진군의 죽음을 보상하라. (주석 2)
주석
2> <암흑 속의 횃불(1)>,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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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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