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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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일본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세계무대와 거리가 있어 보이던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느닷없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이다.
필자도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필자가 거주하는 일본의 경우에 한해서 이야기하자면 김대중 대통령 시절 <겨울연가>(2002.1)로 시작해서 한때 일본의 연예계를 주름잡았으니 일본에 대한 김 대통령의 문화개방 정책 및 각종 예능산업 진흥 정책 덕분이 아닐까라는 모법 답안을 생각하다가, 문득 무릎을 칠만한 답이 떠올랐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만큼 국내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인데, 특히 한국인의 삶 그 자체가 영화보다 더 영화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일상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웬만큼 재미있는 스토리가 아니면 한국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이니, 그런 격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작품이니까 세계시장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 아닐까라는 답이 떠올라 혼자 쓴 웃음을 지어본다.
실제로 검찰권력을 다룬 <더 킹>(2017)이라는 영화를 보면 기득권을 지키려 애를 쓰는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의 모습이 떠오르고, <내부자>(2015)라는 영화를 보면 정치권력, 언론권력, 사법권력, 재벌권력이 똘똘 뭉쳐서 어떤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는지 알게 됨과 동시에 실제 있었던 어느 '여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스캔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또한 <아수라>(2016)라는 영화를 보면 부동산 사업을 둘러싼 정계, 관계, 재계 권력들의 부패비리가 등장하는데, 근자에 벌어지는 성남 대장동의 개발사업을 둘러싼 부패비리 스캔들이 떠오른다.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건만 현실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니 영화를 보는 안목이 높아질 것이고 대본을 쓰는 분들의 능력도 높아지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런 이유로 외국의 영화계가 웬만한 스토리와 작품성으로는 한국영화를 따라올 수가 없는 것 아닐까요?"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한없이 자괴감이 든다.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의 물질적 기준에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부유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빈부의 격차는 심각해졌고 고착화되었으며, 권력과 금력의 세습은 심각한 사회의 균열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참으로 가슴이 아파온다.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들과 입으로는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정확한 진실을 추구하고 알려야 할 사명을 도외시하고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대한민국의 언론들, 국민들 앞에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본인들의 정치적 이권을 위해 신념도 신조도 없이 권력을 따라 움직이며 권력투쟁을 위해 국민간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는 정치철새들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을까라는 참담한 생각마저 든다.
갈등, 갈등,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