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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경악한 사업, 윤석열은 왜 다시 하려 하나

[주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대강 찬가' 중단하고 상식부터 채워야

등록 2022.02.21 10:01수정 2022.02.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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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경남 진주시 대안동 광미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경남 진주시 대안동 광미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지난 1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북 상주를 찾아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4대강 보 사업을 아주 폄훼하면서 부수고 있다"라며 "4대강 보 사업을 잘 지켜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들께서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4대강 자연성 회복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폐기'는 '녹조라떼 독성 오염'을 계속하자는 것"이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을 계승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간단체가 조사한 녹조(Cyanobacteria 남세균) 독성 축적 농산물 조사 결과와 국민건강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에 따른 대책으로 4대강과 지류, 지천까지 자연성 회복을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와 확실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 8일 환경운동연합 등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과 함께 지난해 11월 낙동강, 금강 노지 재배 쌀, 배추, 무를 구입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시안화칼륨) 100배 이상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itin)이 이들 작물에 축적됐고,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독성 가이드 라인을 최대 11.4배 초과한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의 'MB 4대강사업 찬가' vs. 이재명 '4대강 자연성 회복 확대'
 
한강 들이닥친 '녹조' 2012년 8월, 한강 서울 일부구간(강동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잠실대교 하류 14km 아래쪽인 원효대교 북측 한강물이 녹조현상으로 인해 초록색을 띠고 있다. 녹조띠 사이에 떠 있는 죽은 물고기에 파리떼가 달라붙어 있다.
한강 들이닥친 '녹조'2012년 8월, 한강 서울 일부구간(강동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잠실대교 하류 14km 아래쪽인 원효대교 북측 한강물이 녹조현상으로 인해 초록색을 띠고 있다. 녹조띠 사이에 떠 있는 죽은 물고기에 파리떼가 달라붙어 있다.권우성
 
유력 대선 후보들이 4대강사업을 둘러싼 대립적 견해를 밝히면서 4대강 논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 됐다. 관련해 20일 <뉴스토마토>는 여러 인사들의 의견을 담아 보도했다(관련기사 : "대선, 4대강으로 전선 확대…'윤석열정부, 제2의 MB정권'").

가톨릭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녹조 독성의 인체 영향, 즉 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산물 축적에 따른 문제점과 녹조 독성이 에어로졸 형태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상돈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 주변을 보면 '제2의 MB정권'"이라며 "4대강 재자연화를 안 하겠다는 것에 다들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특히 정권 초기 재자연화를 하지 못한 책임도 덧붙였다.


여러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 정책본부 기후환경정책분과위원장 최흥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기후 대응한다고 수량에 방점을 뒀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녹조 문제가 있어서 수질에 방점을 뒀었다. 이 두 가지를 조화하겠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다. 물환경이 변해서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 물 이용을 염두에 두고 수질과 수량의 조화를 통해서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기억하겠지만, 대운하와 4대강사업에 대해 MB 측은 수량만 주장한 건 아니다. 오히려 수질 개선과 생태복원을 더 크게 강조했다. MB정부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대운하 추진 당시 "배가 지나가면 수질이 개선된다"라고 주장을 했다. <조선일보> 한 논설위원은 기명 칼럼에서 4대강사업의 성패는 '수질'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MB정부 핵심이었던 박재완 전 청와대 수석은 2010년 2일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일반 서민들은 수돗물을 끓여 드시거나 약수를 드시고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수돗물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만큼의 서민 정책이 있나"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면 수돗물 신뢰도 등이 높아지기에 친서민 정책이라는 의미다.

4대강사업으로 보를 만들어 수량이 늘어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이 MB측의 핵심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수질 총괄 부처인 환경부가 전면에 나섰다(당시는 수량은 국토부, 수질은 환경부 소관). 당시 환경부는 대국민 홍보물에서 "보를 만든다고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걸 다른 부처도 아닌 환경부가 부정했다.

2012년 7월 낙동강에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극심한 녹조 현상이 벌어질 때 환경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강에서는 녹조로 본래 강과 다른 색이 나타나고 구제역 매몰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썩은 악취가 풍기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했다.

당시 수질 개선 보도자료 배포를 주관했던 이OO 물환경정책과장은 현재 물관리정책실장이다. 불행히도 이것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4대강 잔혹사'의 일부다.

4대강사업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이미 끝나
 
 낙동강 거의 모든 구간과 보로 인한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지천에서는 녹조가 심각하다. 사진은 2012년 8월  12일 오전 본포취수장 부근에서 녹조를 덮어쓴 어린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된 모습.
낙동강 거의 모든 구간과 보로 인한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지천에서는 녹조가 심각하다. 사진은 2012년 8월 12일 오전 본포취수장 부근에서 녹조를 덮어쓴 어린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된 모습.윤성효
 
윤석열 후보는 MB의 4대강 사업을 띄워 표를 얻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사업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이미 끝났다. 2018년 감사원은 4대강사업의 경제성 평가(B/C)를 0.21로 평가했다. B/C 1이 넘어야 경제성 있는 사업이란 의미인데, 쉽게 말해 4대강사업은 1000원을 투자하면 790원 손해 본다는 분석이다. 강별로는 한강 0.69, 낙동강 0.08, 금강 0.17, 영산강 0.01이라는 세계사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기록적인 저평가였다.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을 했다는 말이다.

이런 4대강사업을 두고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한스 베른하르튼 교수는 "독일에서 80년 전에 포기한 사업을 왜 하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일본, 독일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은 복원을 가장한 파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국제회의에서 한국 4대강 녹조(남세균)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경악한다.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는 의미였다. 2017년 영국 <가디언>이 4대강사업을 '가장 눈길 끄는 자본의 쓰레기' 중 세 번째로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4대강사업에 대해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동포사회도 반대 시위를 할 정도였다. 당시 반대 여론의 핵심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MB 측은 이런 상식에 '종북', '좌빨'이라는 색깔론까지 씌었다.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해 사실상 이를 주도했고, 보수언론이 적극 동조했다. 이때문에 4대강사업은 강만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까지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4대강 찬가'는 그래서 위험하다. 상식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녹조라떼'라는 말이 10년 넘도록 계속 회자하고 있다. 이는 4대강사업의 저주, 즉 우리 국민이 받는 피해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MB표 4대강사업 찬가를 외치는 건 어느 나라 대통령 후보인가?

지금 윤석열 후보는 황당한 4대강 찬가를 중단하고 상식부터 채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윤석열 #녹조 #농산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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