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게, 멍부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핫했던 조직궁합표.
네이버 화면 캡처
상사와 부하 직원을 '똑똑-멍청', '부지런함-게으름'으로 나뉘어 16가지 결과가 나온다. 그중 최고의 궁합은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와 똑똑하고 부지런한 부하직원이라고 한다. 똑똑한 상사가 지시를 내리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부하직원이 재빠르게 상사를 대신해 업무를 실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궁합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다르다. 최근 채용 시장에서 MBTI를 활용하며 특정 유형은 지원 불가하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도 이때문이다.
주로 내가 겪었던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너그럽고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분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상사는 부하 직원의 능력을 발현할 수 있게 이끌어 주어야 하며, 부하 직원은 상사의 내공과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직궁합표를 보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걱정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나아가 타인에게 더 관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기객관화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인식하고, 나에게만 관대하고 남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내로남불'의 자세를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은 왜 이런 것에 열광할까
이 모든 검사를 해보며 느낀 것은, 사람들의 특성과 성향을 구별하는데 붙인 테스트 이름만 바뀌었지 흡사 사주팔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팔자는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2글자씩 8자 기둥으로 세워서 나온 글자를 해석하는 것이다. 어느 이야기엔 중국 고나라 시대에 이미 사주명리학을 보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큰 흐름이 있는 통계치의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확률에 기대어 무언가 답을 얻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서 점점 더 깊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회를 반영하는 듯하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몇 가지로 단순화하고 스테레오타입화 시켜 인스턴트처럼 빠르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MBTI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MBTI 궁합, 서로 잘 맞는 유형 등이 나온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관계지향적 인간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서로를 파악하려 이런 유형별 결과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우리는, 그 관계지향적 사회에서 외면받지 않기를, 그러면서도 나와 비슷한 무리임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일종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이거나.
물론 특정 프레임에 갇혀서 사람을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에 사는 고유 한 명 한 명마다 제각기 다른 성격과 고민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사는 모습은 각양각색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수렴할 것이다.
무수히 많은 무지갯빛 스펙트럼 중 나만의 고유색깔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에 사주 궁합이, 때론 별자리가, 때론 혈액형이, 지금은 MBTI 검사가 궤적을 이어온 것일 뿐.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다하며 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운명과 숙명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 것이다. 재미로 시작된 MBTI 검사는 문득 내 주변의 다른 이를 곱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역지사지를 통한 자아 성찰의 시간, MBTI 검사가 나에게 남겨준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워킹맘이자 냥집사,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중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