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Kichun Park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적으로 전시 여성 성폭력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과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조차 반일과 민족주의적 상징으로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소녀상은 보다 넓은 의미에서 식민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예술작품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전쟁 범죄 은폐와 왜곡에 반대하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독일사회의 탈식민화 바람은 2021년의 '훔볼트 포럼' 개관 및 독일-나미비아협정, BLM 운동(Black Lives Matter)의 여파로 한층 더 거세졌다. 이제껏 홀로코스트를 위시한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만 주력해 왔으나 더 이상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늦출 수 없다는 각성이 일고 있는 것이다. 탈식민주의 관련 논의는 각계 각층의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생활 속 식민주의 청산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베를린의 거리인 모렌슈트라쎄(Mohrenstraße, 흑인거리) 개명 운동(관련 기사 :
'히틀러 거리'는 없앴지만 '흑인 거리'는 남아있다)과 노예무역에 가담하고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제국주의자, 네텔벡의 이름을 딴 네텔벡플라츠(Nettelbeckplatz, 네텔벡광장) 개명 운동 등이 그것이다.
모두 2021년 영국에서 시작된 식민주의 잔재 청산 시민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참고로 네텔벡을 대신할 이름은 현재 논의중으로, 저항의 광장(Wiederstandplatz), 또는 ‚이름 없는 여성영웅들의 광장'(Platz der unbesungenen Heldinnen) 등이 제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