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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쉬면 마음이 편해져요"...학교 공간 혁신, 제대로 하는 방법

[주장] 사용자 참여형 설계, 교사 교육부터 선행되어야 효과 볼 수 있다

등록 2022.03.02 10:23수정 2022.03.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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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변화는 학생의 성장과 변화에 유효했다.
공간의 변화는 학생의 성장과 변화에 유효했다.권혁기
 
"여기에서 쉬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초등학교 5학년 A학생은 교실 내 휴식공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사물함으로 가득 찼던 교실 뒤편 벽면이 다양한 형태의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원형 쿠션 공간은 A학생의 쉬는 시간 아지트가 되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사례이다. 교실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말이다. 이 말처럼 공간은 그 속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주며 삶의 질서를 만든다. 최근 이러한 인식이 학교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꿈담교실', 대구시교육청의 '미래교육 리노베이션' 등은 시·도교육청 사업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추진된지 5~6년 정도 되었다. 이를 국가 교육정책으로 수용한 교육부는 전국 학교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였다.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스쿨',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그것으로 사업명은 해마다 바뀌었으나, 사업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공간혁신은 노후된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기존의 시설 공사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상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식사나 휴식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한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의 생활보다는 단지 수업 용도에 맞춘 천편일률적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웠다. 또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적 사고를 함양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학교공간혁신은 학생의 삶과 쉼이 공존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용자 참여형 설계'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취지에 따라 학교공간혁신 사업은 학교 시설의 사용 주체인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을 학교 설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언뜻 바람직하고 진일보한 접근으로 보이나, 정작 실행에 있어 형식적이거나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건축 설계 자체가 전문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구나 학교 시설은 행정·안전·지역사회 요구 등 여러 영역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설문 등 단순한 방식의 의견 수렴을 하기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학교는 소수의 학생 및 학부모위원을 구성하고, 이들이 참석한 협의회를 몇 차례 하는 것으로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갈음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으며, 깊이 있는 건축 협의는 얼마나 이루어질지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허울뿐인 사용자 참여형 학교 설계가 되지 않도록 긴 호흡의 사업 조율이 필요하다.
허울뿐인 사용자 참여형 학교 설계가 되지 않도록 긴 호흡의 사업 조율이 필요하다.권혁기
 
특히, 실질적 당사자인 학생은 건축 소양의 부족과 참여 시간의 한계로 유의미한 관여를 거의 할 수 없다. 학교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학생 참여 사례는 학생들에게 '희망하는 교실 모습'을 그려보도록 하거나 관련 토의 시간을 갖는 정도이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치기 어리거나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실 안에 바비큐 시설을 갖추거나 PC방처럼 만들자는 식이다. 최근에는 학교공간혁신 아이디어 발표회나 공모전 등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있으나, 학생에게 건축 소양을 갖추는 과정 없이 결과나 실적만 요구하는 점은 여전하다.

학교공간혁신이 공사업체나 시설부서만의 업무가 아닌 학교 공동체 특히, 학생 참여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생활 공간인 만큼 시설 개선에 대한 동기를 쉽게 가질 수 있고, 경험에 근거한 실질적 의견을 제시하기 용이하다. 여러 교과 내용이 통합된 프로젝트 학습 주제로 다루는데 적합하다. 심지어 학생의 의견이 학교 공간의 변화로 실제 반영된다는 점에서 학습의 효능감까지 가질 수 있어 매우 유용하고 매력적인 활동이라 할만하다.


교육과정으로서 학교공간혁신을 진행하려면 당연히 교사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사실 기존의 사업 진행 과정을 보더라도 담당 교사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 건축 설계에 학생이나 학부모가 참여한다는 것은 이들과 건축사 간의 원활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의미한다. 교사는 양측 간의 상호작용에 전달자이자 중재자이며 촉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건축사는 학교 구성원의 입장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건축사나 공사 업체가 학교공간혁신에 대한 공감이나 의지를 가질 이해 주체일 수 없다. 이 사업에 대해 별도의 과업이나 태도를 요구하기에는 타 건축사업에 비해 경제적 장점이 크지 않다.

결국 교사에게 사업의 중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공간혁신을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로 진행한다면 교사의 역할은 사업 추진의 핵심이며 성과의 관건일 수밖에 없다.
  
 학생의 삶과 쉼이 공존하는 교실로 학교 공간에 대한 접근이 달라졌다.
학생의 삶과 쉼이 공존하는 교실로 학교 공간에 대한 접근이 달라졌다.권혁기
 
문제는 교사의 기본적인 건축 소양 함양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교사 대상 건축 교육은 사업의 전제였어야 한다. 교사 교육을 실행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고,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사업 추진 일정의 걸림돌로 여기기 좋은 조건이다. 이에 학교공간혁신을 학교의 자율과 교사의 역량에만 맡긴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2020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사업 예산은 18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많은 예산을 들인 학교공간혁신 사업이 단순 시설 공사가 아닌 '교육'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부터라도 '교사 교육'에 대한 성의 있는 정책적 노력이 먼저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용자 참여형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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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기본을 생각하며 교육의 해법을 찾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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