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화는 학생의 성장과 변화에 유효했다.
권혁기
"여기에서 쉬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초등학교 5학년 A학생은 교실 내 휴식공간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사물함으로 가득 찼던 교실 뒤편 벽면이 다양한 형태의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원형 쿠션 공간은 A학생의 쉬는 시간 아지트가 되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사례이다. 교실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말이다. 이 말처럼 공간은 그 속에서의 생활에 영향을 주며 삶의 질서를 만든다. 최근 이러한 인식이 학교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꿈담교실', 대구시교육청의 '미래교육 리노베이션' 등은 시·도교육청 사업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추진된지 5~6년 정도 되었다. 이를 국가 교육정책으로 수용한 교육부는 전국 학교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였다.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스쿨',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그것으로 사업명은 해마다 바뀌었으나, 사업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공간혁신은 노후된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기존의 시설 공사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상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식사나 휴식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한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의 생활보다는 단지 수업 용도에 맞춘 천편일률적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웠다. 또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적 사고를 함양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학교공간혁신은 학생의 삶과 쉼이 공존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용자 참여형 설계' 취지는 좋지만...
이러한 취지에 따라 학교공간혁신 사업은 학교 시설의 사용 주체인 학생 및 학부모, 교직원을 학교 설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언뜻 바람직하고 진일보한 접근으로 보이나, 정작 실행에 있어 형식적이거나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건축 설계 자체가 전문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구나 학교 시설은 행정·안전·지역사회 요구 등 여러 영역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설문 등 단순한 방식의 의견 수렴을 하기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학교는 소수의 학생 및 학부모위원을 구성하고, 이들이 참석한 협의회를 몇 차례 하는 것으로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갈음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으며, 깊이 있는 건축 협의는 얼마나 이루어질지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