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가 2월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4명의 후보자들이 본격 토론에 앞서 포즈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8개 학술·사회단체는 한국 사회 노동 문제 핵심인 비정규직 법·제도와 관련하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후보가 지닌 입장을 듣고자 지난 1월 11부터 2월 4일까지 총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에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였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는 답변을 보내왔지만, 안철수 후보 측은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답변을 보내오지 않아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의 답변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 공약 종합 평가와 전망
첫째,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한 세 후보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비정규직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해결 의지 수준은 '심상정(찬성 30개) > 이재명(찬성 20개, 유보 10개) > 윤석열(찬성 13개, 유보 5개, 반대 12개)' 후보 순이었다. 질의 내용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찬성 항목 숫자가 곧 문제 심각성 인식과 해결 의지 수준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심상정 후보는 심각성과 해결의 시급성을 가장 절실하게 인식하며 강한 집행 의지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유보를 표명한 사안을 보면 반대보다는 정책 추진 방향에 동의하지만, 신중한 접근과 단계적 추진이 많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정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후보는 반대를 표명한 정책이 상당수 있는데, 반대 이유로 "노사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거나, "노동법의 강행성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높이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검토해볼 수 있다고 여러 번 표명했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는 심상정, 이재명 후보보다 비정규직 문제 심각성 인식과 정책 집행 의지가 뒤처진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시기 정당 혹은 후보가 밝힌 입장과 이번 질의 결과의 변화다. 정의당은 모두 찬성하는 일관된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제도와 관련해 찬성에서 단계적 추진으로 입장이 후퇴했다. 국민의힘은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동조합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변화했고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원칙,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처우 금지 등은 반대에서 유보로 변화했다.
그러나 유보로 변화한 항목은 법 규정 의무화가 아닌 사용 유인 축소 전략, 직접고용을 전제하지 않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도 반대에서 유보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의 근로자 개념 확대를 반대하고, 경제 종속성을 경시하며 사용 종속성 중심의 판단 관점을 고수하고 있어 근로자 개념 확대 필요성 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셋째, 세 후보가 모두 찬성하는 비정규직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입장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인식 정도가 나아졌으나, 찬성하는 항목 숫자는 1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윤 후보가 찬성하는 항목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모두 찬성하므로 대선 이후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윤석열 후보가 찬성하지 않는 비정규직 정책 대안의 실현 가능성은 대선 결과와 노동 정치 동학으로 크게 좌우된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물려받은 비정규직 불신을 해소하며 정책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역량을 지녔는가가 관건이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했으나, 거의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출범할 민주당의 이재명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신 속에서 출범하게 된다.
이번 질의에서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만 찬성하는 정책 항목은 대부분 비정규직 사용과 처우를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닌 법적으로 강제하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사용자 저항과 노사 갈등을 수반하는 조치들이기 때문에 후보들의 정책 의지와 이행 역량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다섯째, 이재명 후보 당선이 윤석열 후보 당선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제약과 가능성의 긴장을 극복하고 사회정치적 저항을 돌파할 공약 이행 능력으로 사회세력의 연대를 필요로 한다.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지만, 대선 과정은 물론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공약 이행 의지와 역량을 보유했는지에 대한 입증을 꾸준히 요구받을 것이며, 입증 책임은 후보 자신에게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후보만 유보 혹은 반대하는 대안들은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으나 집권 후 폐기한 공약으로 사용자 저항과 노사 갈등을 수반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본과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자초한 친자본 세력의 저항을 제압할 수 있는 사회정치세력의 연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영역별 공약 비교·평가 : (찬성○, 유보△,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