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CGV에 있는 배트맨. 위쪽에 스템프를 붙였다.
오창환
3월 1일은 배트맨이 개봉하는 날이다. 할리우드의 한국 관객 사랑은 유별나다. 배트맨 북미 개봉일은 3월 4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다. 마블 영화나 배트맨 같은 초대형 블럭버스터 영화도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이 그만큼 크기도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댓글 등을 통해 영화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들도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고 할리우드도 한국 관객을 좋아하는, 그런 아름다운 관계다.
영화 예매가 불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영화 덕후들은 개봉이 가까워 오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수시로 영화 예매 창을 체크한다. 새벽 2시에 창이 열리기도 한다. 덕후들은 좋은 날에 좋은 자리를 원한다.
가장 좋은 날은 물론 개봉 당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에 휘둘리기 싫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이 예약 전쟁이 치열했다. 게다가 3월 1일은 휴일이라 예약 하기가 더 힘들다.
개봉 당일 일산 CGV에 아이맥스 2D로 예약했다. 완전 베스트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자리다. 2D로 봐도 아이맥스관이 좋다. 화면이 일반관에 비해 훨씬 크고 사운드가 좋기 때문이다. 물론 마블 영화나 아바타 같은 영화는 3D로 보는 게 좋다. 특히 <앤트 맨> 같이 크기가 개미만큼 작아졌다가 빌딩만큼 커지는 영화는 3D로 보면 정말 실감 난다.
영화에 따라서 4D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실사판 <알라딘>이 좋았다. 알라딘과 자스민이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그 양탄자에 같이 타고 가는 줄 알았다.
이번에 개봉한 <더 배트맨>은 배트맨 시리즈 8번째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이 흥행에서도 예술적인 면에서도 영화 역사를 다시 쓰게 할 만한 역작이어서 이번 배트맨을 만드는 맷 리브스 감독에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됐었다. 그는 <랫미인>과 <혹성탈출>을 연출한 촉망받는 감독이다.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그는 <트와이라잇> 시리즈로 소녀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청춘스타였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에서 연기력을 입증했고 새로운 배트맨으로 캐스팅됐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도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 자경단 활동을 한 지 2년째 되는 시점을 영화화했다. 감독은 배트맨 영화를 평범한 탐정 영화로 바꾸어 버렸다. 배트맨은 원래 고담 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무대다. 이 도시는 고딕적 기괴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더 배트맨>에 나오는 도시는 이름만 고담이지 너무 뉴욕스럽고 LA 스럽다.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배트맨보다 더 유명한 배우들이 빌런을 맡아왔고 온갖 기괴한 분장과 스토리로 배트맨과 싸운다. 이전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차를 타고 다니는 배트맨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상한 도시에서 이상한 빌런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더 배트맨>의 빌런들은 평범한 분장에 평범한 옷을 입고 있다. 배트맨만 박쥐 옷을 입고 다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색하고 몰입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