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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청년 문제만 해결... 깊은 고민, 장기 정책 필요"

[인터뷰]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신임 위원장

등록 2022.03.15 16:33수정 2022.03.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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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
광주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김동규

2010년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만 15세에서 만 39세 이하 청년들을 조직 대상으로 삼는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청년유니온은 2022년 현재 광주, 대구, 경남 등 8곳에 지역지부를 두고 있다. 세대별 지부인 청소년유니온과 직종별 지부인 패션어시유니온도 있다.

광주청년유니온은 2012년 4월 28일 청년유니온 지역지부 중 세 번째로 창립되었다. 이후 광주에서 배달 노동자 실태조사, 공단 청년노동자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고, 지역 노동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청년 문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2월 28일 제7기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다정씨를 인터뷰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19일 시작된다.

아래는 김다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에 신임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위원장 당선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고민은 청년세대별 노동조합의 지역 대표자로서 청년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터 바깥에 놓인 청년들의 삶이 드러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청년 정책은 일할 의지가 있는 청년들에게 맞춰져 있는 경향성이 있고요. 그래서 보고 싶은 청년의 모습만 보는 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청년유니온은 노동조합으로 기능하는 것도 있지만, 청년들의 공동체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주류사회에서 단절된 청년들의 유니온으로서 안정감,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도 역할하고 싶습니다."

- 이번에 청년유니온이 전국 단위 선거 무산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전국 선거가 무산되었고, 신임 집행부 구성이 가능한 몇몇 지역지부들만 선거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전국 비대위가 설립된 상황입니다. 이것은 청년유니온이 홀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넘어서, 시민사회 진영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번 비대위를 통해 조직에 활동가들이 계속 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청년유니온 12년, 광주청년유니온 10년을 맞아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고민을 안고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김다정 위원장에게 광주청년유니온이란 어떤 단체인가요?
"저에게 유니온은 삶의 자부심입니다. 유니온을 통해 삶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내 잘못이라고 여겼던 일터의 부당함 같은 것들을 유니온을 마주하고 비로소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사무국장이던 2020년에 상무지구의 한 웨딩홀에서 직장갑질을 당한 피해자분께서 노동 상담을 신청했어요. 그래서 기자회견을 비롯한 현안 대응을 했는데요. 기자회견 이틀 전 주말 저녁에 그분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국장님, 주말에 죄송해요. 갑질 당했던 날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 라는 내용의 문자였어요. 이분은 서울의 유명 노무법인도 찾아가시고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사실 저희는 짱짱한 노무사가 있지도 않고 상근 인력 2~3명이서 활동하는데 그럼에도 유니온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뭔가를 해나가고 있구나, 싶었던 거예요. 저는 아직까지 이 문자를 지우지 않고 활동이 벅찰 때마다 들여다보고 있어요. 여전히 이렇게 일터에서 혼자 울고 있는 청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과 함께. 울어도 함께 울고, 싸워도 함께 싸우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광주청년유니온 활동사진
광주청년유니온 활동사진김다정
 
- 청년유니온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조합원분들의 현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조합원과 후원회원을 합쳐서 160여 명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규모는 아니에요. 근데, 모두가 다양한 곳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계세요. 예술인, 프리랜서, 정규직, 비정규직.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그럼에도 이분들이 유니온이라는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하면서 여러가지 소모임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다양한 분들이 유니온을 왕래하기 때문에 일상이나 일터, 현장에서 많은 힘이 나온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 광주 청년 문제의 핵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광주에는 노동 이행기가 장기화되면서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이 많아요. 청년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고립 상황에 빠지는 거 같아요. 이때 사회적 공동체가 없는 게 되게 큰 문제예요. 유니온이 자주 마주했던 직장 내 문제들은 비전형 노동들, 프리랜서 노동, 플렛폼 노동과 같은 노동법 바깥에 있는 노동 문제였어요. 공동체가 없다는 건 본인의 마음의 짐을 나눌 이들이 없다는 것이고, 고립 과정에서 부채문제나 주거 문제, 초단시간 노동과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저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현안 대응은 활동가 몇 사람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좀 다른 문제니까요. 광주청년유니온이 자랑하는 다도소모임도 그렇고, 청년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게 되게 중요한 하거든요. 이곳에서 또래 청년들 만나서 요새 나는 이런 고민이 있다, 털어놓으면서 서로 공감해주는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시작하고 싶어요."

- 광주 청년정책은 어떤 상황인가요?
"일회성 정책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5개월간의 노동경험을 제공하는 일경험드림사업이 있는데, 사실 이러한 정책들은 일할 의지가 있는 청년들에게 맞춰져 있는 경향성이 있어요. 그 결과, 정책들이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에게 닿지 않아요. 단기적인 고용 지표 개선으로, 일하는 청년의 숫자만으로 청년 문제 해결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고민과 장기적인 정책 진행이 필요할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떼인 돈 받아주고,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 함께 싸워주니까 일하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그리고 공동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오시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광주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광주 #광주청년정책 #광주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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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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