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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에도 가정식이 있다면

[쓰라고 보는 책] 김신지 지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등록 2022.03.26 09:57수정 2022.03.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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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출간하고 베이비뉴스 기자가 저를 인터뷰했는데요. 그때 한 인터뷰 기사 제목이 "나를 기록하는 습관, 이 시대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였어요. 정말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콕 집어주셔서 그런지 계속 곱씹게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나를 기록하는 습관'은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그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진심을 담은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어 이번에 소개해 보려고 해요. 바로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입니다.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요. 마침표가 제목에 포함되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든든하고 따스한 집밥 같은 글 
 
 김신지 지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지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자기만의방

그런데 잠깐만요,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혹시 이 방송을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싱어게인2>에 출연했던 심사위원 김이나(작사가)씨가 가수 윤성의 노래를 듣고 이런 말을 해서 화제가 되었죠.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그의 말을 빌려 와 보겠습니다.

"저는 하드록에 있어서는 항상 좀 생경한 리스너 중 하나였어요. 진입 장벽이 항상 어려웠어요. 그 정서나 외관이나 모든 것들이... 근데 되게 이런 친절한 느낌의 로커는 처음 뵙는 거예요. 저희 보면서... 너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면서 끌고 가시다가 갑자기 매운맛을 확 주시니까... 제가 처음 보는 약간 가정식 로커의 느낌이랄까요?"

그 후로 가수 윤성은 '가정식 로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졌는데요. 갑자기 '가정식 로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정식'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가정식이 뭘까요? 네, 맞아요. 바로 집밥이에요. 집에서 해 먹는 음식 또는 식사죠. 편안하고 따듯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집밥 같은 책이 바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슬아 작가의 말처럼 "나약하고 게으른 영혼일지라도 이 책과 함께라면 매일 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매일 집밥을 먹고 힘을 내듯이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작가는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첫째 '매일 쓸 수 있는 법'을 알려줍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기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요. 단순히 일기를 쓰자가 아니라 감정일기, 여행일기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해요. 마치 통장을 돈의 쓰임에 맞게 여러 개 분산시켜 놓는 것처럼요. '오늘 내 마음을 스친 것'을 기록하는 감정일기는 나를 돌보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기록해 볼 만하다고 하는 식이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기록 연습을 할 수 있는 주제도 슬쩍 들이밉니다. 또 작가가 쓴 글을 '예를 들어'서 알려주기도 해요. 독자가 읽는 것에서 나아가 따라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달까요.

둘째 '순간을 수집하는 법'도 소개합니다. 저도 제 책에서 '순간을 잡아야 글이 된다'라고 썼는데요. 그래서인지 "잘 산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국 좋은 순간들을 잘 기억해두는 일이 아닐까" 하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요. 


셋째 그저 웃고 넘어가기 쉬운 '농담도 충분히 기록할 만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있었던 빵 터지는 순간을 기록해 두지 않은 걸 '쬐금' 후회했어요. 또 내게 닿은 좋은 말들을 기록하는 일을 두고 '기운이 다 떨어졌을 때 보조배터리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하니 이건 저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더라고요. 작가의 말대로라면 정말 기록하지 않고 사는 건 매일 손해보고 사는 거구나 싶는 생각이 듭니다. 잔돈 저금하듯 뭐라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습니다.

사랑을 기록하세요

일상뿐만 아니라 일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서도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페이퍼> <어라운드> <대학내일> 등에 글을 썼고 트렌드 당일 배송 미디어 캐릿을 운영했던 콘텐츠 에디터로서 일을 잘하기 위해 '영감 노트'를 시작했다고 해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요? 작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연습은 '내 마음이 사로잡혔던 순간'을 찾는 게 아닐까요? 내가 좋다고 느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 포인트를 기록해 준다면 다음번에 내 일을 할 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일을 하면서 제 마음을 건드렸던 것을 기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말대로 그것을 꾸준하게 기록하는 것은 곧 '나만의 레퍼런스를 스크랩해 두는 것'과 같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 어떤 문장보다 제 마음에 선명하게 남은 게 있는데요. 바로 '사랑을 남겨둔다'는 거였어요.
 
"무엇을 기록해야 하냐고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기록하지 않는 분들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저 역시 지금 사랑하는 것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기록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테니까요. 굳이 무엇을 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나를 위한 기록은 어떤 기록이든 소중한 것이니까요. 자기 삶을 기록하는 22가지 방법이 담긴 이 책을 읽고 기록의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매일의 습관,

김신지 (지은이),
휴머니스트, 2021


#글쓰기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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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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