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는 아버지가 키운다

김지현의 자녀양육 칼럼 - 10대 아이와 격랑을 건너는 법 9

등록 2022.04.05 16:08수정 2022.04.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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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의 모든 10대 자녀 양육에 대한 글이 아버지들에게는 어떻게 읽혔는지 궁금하다. 가부장 사회에서 아버지가 부양, 어머니가 아이들 교육으로 역할이 나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육아 참여도는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증가하고 싱글대디의 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세미나에도 매번 한두 명의 아버지들이 참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버지가 10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10대의 육아는 아빠가 해도 된다고 성급하게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아이가 10대가 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은 통념과 다르게 인지능력을 사용하는 공부보다 몸에 익히는 습관들이다. 운동, 음악 등은 꾸준하게 뇌에 자극을 주어서 어렸을 때 몸에 익히면 평생 함께 하는 자산이 된다(공부는 아이가 궁금해할 때가 최선의 때이다. 그전에 욱여넣는 것은 효과가 덜하다).

그럼 과연 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을 다니고 악기 연습을 하게 할 것인가. 이 영역이 아빠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은 영역이다. 몸으로 놀아주고 땀을 흘리게 하고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아이들이 스크린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을 발달시킬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한인 가정이라면 가족 전체의 운동을 꼭 심각하게 숙고하시라 권하고 싶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남성으로서의 모범이다. 아들과 아버지는 개인적으로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대 남자!'라고 하든 'Boys will be boys!'라고 이름 붙이든 상관없다. 아들과 신체 2차 성징이 올 때쯤 꼭 데이트를 하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시라.

특히 성교육은 정말 아빠의 몫이다. 여성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나이에 맞지 않는 포르노를 보지 않도록, 어떤 애정행위라도 하기 전 동의(Consent)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를 아빠가 아들에게 해주어야 한다. 자위를 하더라도 포르노 영상 대신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하라고 말하시라. '남자는 책임감이다, 지킬 줄 아는 남자가 진정한 남자다'라고 말을 해주는 부친이 집에 있다면 아들들에게 문제가 훨씬 덜 생길 것은 자명하다. 

놀랍게도 딸의 사춘기에도 아빠가 아주 중요하다. 적잖은 수의 10대 여자 아이들은 스크린타임의 많은 부분을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데 쓰며 자신의 이미지를 걱정하고 남들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는 때때로 섹스팅을 하거나 벗은 몸의 사진을 남자 친구에게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사건 사고로 진행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이것은 이성의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아버지가 역시 딸이 중학교 때에 말해야 한다. 절대 소중한 너의 몸을 함부로 찍어 공유하지 말고 온라인 만남은 항상 조심하라고. 너는 아버지의 사랑하는 딸이고 내가 네 옆에서 네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둔 딸들은 곁길로 갈 확률이 낮다. 집에서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사회생활까지 필요하게 되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한인 가정은 한국에서 그러하듯이 자식이 우선이다. 자식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자녀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심리적 거리를 두지 못한다. 배우자가 싫고 말이 안 통해도 아이가 있으니 산다는 부부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소홀히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한인 가정의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식들만 의지하고 기대는 부모보다, 서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이 오히려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깍듯하고 애틋한 부부 밑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아지며 자신이 맺을 미래의 바람직한 관계를 꿈꾸게 된다. 아버지들은 아내에게 자신의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 파트너에게서 받으면 좋겠을 애정을 지금 주시길.

많은 한인 가정 내에서 아내는 남편이 없을 때 보통 아빠의 역할까지 한다. 생활비를 벌고 돌보고 먹이고 입힌다. 그런데 만약 아내가 없다면?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어야 하는 게 맞다. 어렵다고? 내가 어떤 능력을 발달시켜야 아내의 부재 시 아이들에게 엄마 몫까지 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보시라. 요리면 요리, 대화면 대화. 쇼핑이면 쇼핑. 부모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라도 인간의 여러 능력을 골고루 계발시키는 게 좋다. 

'아내가 잘하니 굳이 나까지'라고 생각하는 아빠들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기억하시라. 평상시 바쁜 아버지의 육아 개입은 선굵은 각인효과를 아이들에게 남긴다. 아버지들은 자신이 힘있는 어른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라. 아버지들의 힘은 신체적 완력이 아니다. 더 크고 강하고 현명한 성인, 아이가 불안 없이 보호받고 기댈 수 있는 기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버지의 힘이다.
덧붙이는 글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이 칼럼은 호주의 한국어매체 한호일보 hanhodaily.com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10대 #부모교육 #아버지 #사춘기 #아빠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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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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