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된 여성만의 문학작품 '내방가사'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국내 후보에 선정

등록 2022.04.06 13:34수정 2022.04.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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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손이 먼저 가서 데려가려 하니 안 갈 수가 있겠는가,
속절없이 가는구나, 청산아 잘 있거라,
다시 볼 수 있을까, 가곡동아 편히 있으라."
 

1940년 독립투사 권오헌 선생의 어머니 김우모 여사가 고향 안동 가일마을을 떠나며 지은 내방가사 '눈물 뿌린 이별가'이다.

나라와 부모 묘소를 두고 고향을 떠나는 노모의 안타까운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 내방가사는 여성의 눈으로 본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 그리고 그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사대부가 여성들도 남편의 독립운동 뒷바라지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주제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는 사실을 내방가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내방가사는 그 역사가 길다. 1443년 조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배우기 쉬운 글자란 장점 덕분에 여성들이 쉽게 익히면서 '내방가사'란 여성 문학이 탄생했다.

현재 남아있는 내방가사로는 안동 하회마을 풍산 류씨 화경당 가문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쌍벽가雙碧歌'가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정조 18년 1794년 류이좌 선생의 어머니 연안 이씨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a 내방가사  '쌍벽가' 1794년 작품, 안동 하회마을 풍산 류씨 화경당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

내방가사 '쌍벽가' 1794년 작품, 안동 하회마을 풍산 류씨 화경당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 ⓒ 한국국학진흥원

 
내방가사는 한글만의 문학 장르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 원리를 알 수 있는 '한글'(훈민정음)이 어떠한 활용 단계를 거쳐 공식 문자의 지위를 얻어 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a 내방가사 '조손별서' 재령 이씨 후계파 1966년

내방가사 '조손별서' 재령 이씨 후계파 1966년 ⓒ 한국국학진흥원

 
이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이 함께 추진한 내방가사 세계 기록유산 사업은 오는 11월 말 개최 예정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 총회(MOWCAP)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때 한국국학진흥원이 추진해, 역시 국내 후보에 오른 군위군의 삼국유사도 결정된다.


이번에 국내 후보로 선정된 내방가사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였던 조선과 근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한글을 사용해, 여성들만의 생각과 삶을 주체적으로 표현한 가사 문학작품으로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창작된 작품 348점이다.

내방가사는 11월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기록 유산 등재에 이어 2025년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전할 계획이다.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기록에 등재된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 등을 소장한 세계기록유산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눈물 뿌린 이별가> 내용은 안동MBC 만주망명 110주년 기획 '망명길 글로 남기다'(2021-03-31)에 보도 되었음.
#내방가사 #유네스코 아태 유산 #한국국학진흥원 #국립한글박물관 #여성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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