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라이더유니온 등이 함께 한 국회 앞 평등한끼 점심 집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의 이야기에 맞닿은 이야기'라고 말하던 나조차도 그 상상력은 자주 들던 예시들에 막혀있었다.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4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된 '차별을 끊고 평등을 잇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아래 평등한끼)'가 8일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화·수·목 주 3일 저녁시간마다 밥 대신 평등을 차리는 '온라인 평등밥상'이 줌에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차려진 메뉴들은 차별금지법이 맞닿을 차별과 평등의 이야기의 상상력을 더 넓혀 주었고 그 자리에 참여했던 300여명의 참가자들에게도 그런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마련한 준비팀이 떠오르는대로 이야기 손님을 섭외를 하였기에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총 12가지의 이야기를 마치고 살펴보니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이야기들이 차별금지법을 그러 모아지기에 그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첫째는 지금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두 달째 접어들고 있는데 섭외를 할 당시였던 3월 초엔 전쟁이 곧 끝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많은 이들이 갖고 있었다. 전쟁없는 세상 이용석 활동가의 '전쟁의 재료, 혐오와 차별'이라는 주제는 전쟁과 비폭력 저항 운동,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전쟁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과 그 기저에 깔린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의 이대남 프레임, 혐오, 그리고 표심을 주제로 한 이야기 역시 요근래 정치뉴스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표심의 향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둘째는 차별과 제도, 구조 등을 이야기하는 주제들이었다. 차별은 구조의 문제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뜬금 없이 차별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던 윤석열 당선인 덕분에 차별이 구조의 문제임을 자세히 살펴볼 이야기 손님으로 홍성수 교수를 모셨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는 홈리스의 생존권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현재 발의된 법안만으로 모두 포괄되지 못하는, 즉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에도 우리가 바꾸어 나가고 싸워나가야할 끝나지 않은 투쟁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짚었다. 이미 미국에서 차별금지법으로 많은 소송을 진행하였고 진행중인 이민규 변호사의 이야기는 차별을 법적으로 다루게 될 때 그 경계를 미리 진단해볼 수 있었다. 대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인 이 일상들 속에서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차별금지법이 어디까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짚어본 박한희 변호사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은 지금 우리와 차별금지법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으로 호명되어온 이들의 자격이 어떠했는지 한국문학의 흐름에서 살펴본 오혜진 문학평론가의 시간, 2016년 광화문 촛불의 현장에서의 기억을 짚어보며 권리로써의 농접근권과 코다로서의 삶의 자리를 이야기한 이길보라 감독의 시간, 관계의 정상성을 물으며 정상성이 아닌 다양성과 평등함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달걀부리 마을의 승은, 지민, 우주 식구들의 시간, 영화 <너에게 가는 길>로 전국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성소수자, 성소수자 부모,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이의 눈물과 웃음을 훔친 나비, 비비안 두 주연 배우의 시간, 삐침 하나, 색상 하나 허투루 지어지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나중에'의 장면에서 시작되어 최초의 전면 색상 적용을 통해 자긍심을 입은 한글서체 길벗체의 이야기를 나누어 준 시각예술활동가 제람과 그 과정을 지지하며 함께 만들어 온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선영 활동가의 시간,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차별없는 성적권리의 중요성을 짚어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SHARE의 나영 대표의 시간이 촘촘히 진행되었다. 적어도 하나쯤은 당신이 비켜가지 못할 이 다양한 주제들이 모두 차별금지법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