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월 13일 저녁 '론스타 게이트 의혹규명 및 외환은행 불법매각 중지를 위한 국민행동'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 교보빌딩앞에서 외환은행 매각중단 제1차 국민행동의 날 광화문 촛불행사를 열었다.
권우성
[2003년 7월 15일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
재경부와 금감위, 론스타 '예외 승인' 위해 짜고 치다
은행법상 외국인은 금융자본일 경우에만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또 동일인일 경우 한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국이 부실한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목적 등 특별한 사유라고 판단할 경우 10% 한도를 넘어서는 초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사모펀드인데다 산업자본이었던 론스타에 대해서는 당초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론스타가 50%가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금융당국의 예외 적용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을 잠재 부실 금융기관으로 보고 론스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03년 7월 15일 재경부와 금감위 등 금융당국과 외환은행 관계자 등 주요 이해 당사자 10명이 모인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에서 나왔다. 회의 참석자들은 론스타가 인수 자격 문제 때문에 외환은행 매입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예외 승인' 추진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지난 2007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외환은행 매각추진실태'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론스타의 인수자격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협상추진이 어려워지자 '03. 7. 15.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를 주관하여
금감위 감독정책1국이 외환은행의 잠재부실을 이유로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에 따른 예외승인을 추진할 경우 협조요청공문을 보내 금감위원들을 설득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합의
하지만 이날 회의가 순탄하게 진행됐던 것만은 아니다. 금감위가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 국장은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이라고 판단하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03년 6월 현장 점검 결과 외환은행의 그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최악의 경우 9.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BIS비율이란 국내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8% 아래로 떨어질 경우 부실 은행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금감원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9.14%까지만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그만큼 외환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볼 근거가 약했다는 뜻이다.
금감원뿐만 아니었다.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가 열리기 직전이었던 그해 7월 4일, 재경부 금융정책국은 직접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10% 초과 소유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서도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8%를 넘기 때문에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조선호텔 회의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자, 결국 김석동 국장도 반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대신 금감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재경부가 협조 요청 공문 발송을 해달라고 했고 재경부는 동의했다. 당시 예외 승인 업무는 금감위 고유의 권한이었다.
이후 재경부는 금감위에 협조 요청이 담긴 공문을 보내는데, 은행제도과장이던 추 의원이 이 작업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 의원은 위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추경호의 역할] 조선호텔 회의에서 나온 '재경부 공문'의 실행자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지난 2003년 7월 23일 작성된 재경부 문건의 첫 머리에는 작성자로 당시 추 의원이 맡고 있던 '은행제도과장' 직함이 등장한다. 이 문건은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에서 사전 논의됐던 공문 관련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내부 검토 자료로 추정된다. 금감위의 공문 요청 사실과 내부 검토 의견, 최종적으로 금감위에 보낼 공문을 결정하기 위한 2개의 가안까지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