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4.16재단상임이사
이희훈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던 정부가 5년의 임기를 마감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진상규명은 얼마나 됐나고 보나.
"진상규명에 아예 진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왜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나. 둘째,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셋째, 박근혜 정권은 왜 지독하게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사를 방해했나. 이 중 셋째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사참위) 등의 조사로 어느 정도 진실이 드러났지만, 나머지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흡하다. 세월호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세월호특조위, 세월호선체조사위, 사참위, 대검 특별수사단 수사 등 8년간 조사가 계속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 어떤 한계인가.
"재난·참사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서 한시적 조사기구를 만드는 게 과연 유효할까.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조사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조사기구 등은 결국 정치적인 타협물이다. 법에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라고 나와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야 입장을 가진 위원이 배치되니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위원회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침몰 원인이 각기 다른 조사보고서 두 개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특검팀 역시 검찰 수사관이 대다수인 상황이라 사실상 대검 특별수사단 등과 맥락이 같은 거였다. 결국 별 성과 없이 끝나지 않았나.
사참위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들은 국가조사기구가 이렇게 오랜 시간과 예산을 투여했으니 이제 세월호 진상규명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세월호참사 두 가지를 모두 조사한다. 전체 120여 명의 인원 중 조사인력이 60명인데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조사인력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인력의 한계에 더해 전문성의 한계도 있었다. 민관합동 조사기구인데 민간은 전문적인 실력이 부족했고, 관에서 나온 이들은 자기들이 속한 기관에 부담이 되는 조사에 소극적이었다."
-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나.
"아쉬운 점이 많다. 정부부처의 협조가 잘 안돼 사참위 조사가 지지부진할 때, 우리가 기대한 건 대통령이 관련 부처나 기관장을 불러 협조하라고 이야기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였다. 그런데 조사결과를 보고 말하자는 식으로 미루니까 너무 답답했다. 청와대는 독립기관의 조사를 신뢰하며 지켜보자는 의미였겠지만, 나는 청와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치하는 것처럼 느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는 민관 협치에 바탕을 둔 안전 거버넌스 기구 가동, 국가 안전대진단 시행, 5년단위의 안전기본계획 수립 등을 했는데.
"맞다. 형식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했다. 국가 안전대진단 같은 경우 한번 할 때마다 수백 페이지짜리 보고서가 나온다. 그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5년 단위의 안전기본계획 수립도 마찬가지다. 실효성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재난참사가 이어진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안전 규정을 지키고 신경을 썼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재난 참사로 이어지는 거다. 재난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법·제도 시스템도 크게 바뀐 건 없다. 생명안전기본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미진한 게 많으니 또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전달한 것 아닌가."
묵묵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