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기념사업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 오글 목사(오른쪽)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민주화기념사업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조지 오글 목사(오른쪽)와 제임스 시노트 신부.
오마이뉴스 손병관
그는 국내 인물로는 처음으로 미사와 강론을 통해 '인혁당사건은 조작'이라고 설파하였다. 10월 24일 연희동성당에서다. 외국인 성직자 오글 목사와 시노트 신부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내국인 누구도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저는 인혁당사건 자체는 잘 몰랐어요. 공산주의자라고 하도 선전해대니까 그런가 했는데 그 가족들, 부인들이 절대 아니라고 하시는 거예요. 듣다가 정말 아닌가 싶어 이쪽 변호사님께 물어보면 '아, 그건 참관 말라' 그래요. 인혁당 말만 나오면 무척 조심스러워하면서 상관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 그걸 들으면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의아해하다가 10월 24일인가 연희동성당에서 지역 미사를 할 때에 제가 '인혁당사건은 조작'이라고 강론을 했어요. 제가 말하고 싶더라고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강론 때 하는 거니까. (주석 5)
침묵이 미덕이거나 보신의 시대에 NO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신정국가의 '메시아'가 국사범으로 몰아 단죄하는 사건에 대해 '조작'을 제기하고, 오갈 데 없어 방황하는 유족들의 거처를 마련해 주는 일은 여간해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복이 따르거나 생색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가 응암동성당에 있었는데, 인혁당 가족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늘 오시면 성당에서 주무시고 그랬어요. 같이 식사도 하면서 늘 '조작간첩' 등의 얘기를 들었지요. 맘이 아프잖아요. 한두살 갓난 애기까지 업은 엄마도 있었으니까. 또 엄청나게 고문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분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주석 6)
성서에 나오잖아요. 억울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과부와 고아의 호소를 잘 들으라고요. 인혁당사건 관련 부인들이 억울함을 토로했고, 더군다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최음제를 맞았다든지 하는 것들… 당시 특히 시노트 신부님이 정말 애쓰셨어요. 선교사로서 애쓰시는 것이 저희를 좀 많이 움직였어요. (주석 7)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탈출3.9), "행복하여라,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라."(마태5,10). 함세웅은 '시대의 징표'를 앞서 깨닫고 실천하는 사제가 되었다. 그의 인식을 들어본다.
시대의 징표를 깨닫는 것은 신앙인의 책무다. 시대와 무관한 삶이 불가능하듯 시대와 무관한 신앙인은 존재할 수 없다. 시대의 징표란 바로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깨닫게 하는 하느님 자신의 표지이기도 하다. 사목헌장의 첫 머리가 이 점을 장엄하게 선언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바로 교회와 연관되어 있고 이 모든 것은 신앙인의 것이며 이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것이고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징표란 무엇인가? 시대란 바로 우리의 삶이며 현실이다. 시대는 바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종교 전반에 걸친 삶과 역사,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 상황이다. 시대는 또한 세상 현실이다. 세상이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하느님을 올바로 깨닫고 하느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주석 8)
주석
5>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 92~93쪽.
6> 앞의 책, 93쪽.
7> 앞의 책, 94쪽.
8> <암흑속의 횃불(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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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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