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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기했던 장애인이 선수로... "이게 저희의 일이죠"

요리부터 운동까지, 이병남 활동자원사와 홍두별씨가 동행해온 8년

등록 2022.04.18 12:16수정 2022.04.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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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홍두별씨. 장애인과 활동자원사로 만나 8년동안 아름다운 동행을 해오고 있다.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홍두별씨. 장애인과 활동자원사로 만나 8년동안 아름다운 동행을 해오고 있다.아이-뷰

"이모님 어때요?"라는 질문에 "괜찮아요"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두별씨. '이모님'은 두별씨가 이병남 활동지원사를 부르는 호칭이고, '괜찮다'고 답한 사람은 홍두별(33)씨다. 그는 현재 장애 2급(자폐성)이다.

"두별씨가 같은 또래에 비해서 몸집이 크잖아요. 그래서 어머니는 그런 두별씨를 감당해줄 만한 조건을 갖춘 활동지원사를 원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저를 보시고 좋아하셨어요."

두별씨 어머니는 "활동지원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자기 일에 확신이 있으니 아이를 잘 이끌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이병남 활동지원사를 든든해 한다.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두별씨 어머니, 그리고 두별씨는 2015년 2월 처음 만났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이병남씨의 역량은 두별씨를 만나서 진가를 발휘했다. 두별씨가 축구와 탁구에서 장애인 선수로 발탁된 것도, 이병남 활동지원사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으로 보인다.

"2015년에 부평복지관에 있는 축구 프로그램에 처음 들어갔는데, 축구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던 두별이는 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뻥뻥 차기만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두별이가 축구공을 한 번 차면 그 공을 주우러 다니기가 너무 힘이 들었나 봐요. 그래서 딱 한 번 축구교실에 참가하고는 못 나가게 됐어요."

그렇게 축구교실에서 퇴출을 당하고 나서 이병남 활동지원사는 두별씨와 축구을 다시 꾸준히 익히며 연습했다. 그 결과 2년이 지난 후 부평복지관 축구 프로그램에 다시 등록하게 된다. 지금은 '다지기'(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고, 용인대 특수학과 학생들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았으며 현재는 선수로 등록이 돼 있다.


두별씨는 지난해 11월 13, 14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1 스페셜 올림픽 K리그 유나파이드컵'에 참가했다. 발달장애인 선수 10명과, 비장애인 파트너 10명, 지도자 5명 등 25명으로 구성된 통합축구팀 중 한 명이었다.

이때 두별씨도 발달장애인 선수 중 한 명으로 이 대회에 참가해 일반선수 못지않은 축구 실력을 보였다는 찬사를 한국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받았다. 4팀씩 A, B그룹으로 나눠 치른 조별리그에서 두별씨가 소속된 인천 유나이티드 통합축구팀이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2021년 11월 13일과 14일 이틀간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벌어진 유나파이드컵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 두별씨도 이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두별씨.
2021년 11월 13일과 14일 이틀간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벌어진 유나파이드컵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 두별씨도 이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두별씨.아이-뷰
 
특별했던 첫 만남


"두별이를 처음 만났던 날 동인천에 있는 중구 복지관에서 요리를 하고, 시간이 남아서 부평공원을 갔어요. 그날 공원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끝나고 난 후에 보니 쓰레기들이 바닥에 많이 굴러다니더라고요. 그 광경을 본 두별이가 갑자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어요. 말릴 겨를이 없어서 저도 같이 주웠는데, 그날 주운 쓰레기가 100리터들이 쓰레기 봉지로 하나 가득했어요. 한 시간은 족히 주었던 것 같아요."

당시 두별씨는 길거리에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모두 주웠다. 이유를 물어보면 지저분해서라고 단순명료히 대답했다. 깔끔하고 정확한 걸 좋아하는 두별씨에게 지저분한 것을 그냥 보아 넘기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 일을 멈추기까지는 두별씨 어머니의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했고, 그 후로는 길거리에서 쓰레기 줍는 일은 없어졌다.

작은 쌍화탕 병을 깨는 바람에 당시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두별씨 다리에 유리 파편이 튀어서 피가 났던 일, 거의 모든 일에 자주 화를 내거나 복지관에서 좋아하는 반찬을 더 주지 않는다고 바닥에 식판을 내팽개쳤던 일, 합창단에서도 악보를 집어 던지고 싸웠던 일 등 그와 함께한 일 년 정도는 매우 힘들었지만, 2~3년 정도 지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적응도 되고 무엇보다 두별씨가 많이 좋아지면서 괜찮아졌다.

"언젠가는 복지관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두별이를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런데 두별이는 그 여자아이의 관심이 싫었나 봐요. 그런데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별이에게 표현하니까, 어느 날 건너편 쪽에 앉아 있는 그 여자아이를 보더니 다가가서는 그 아이의 등을 아주 세게 때렸던 일이 있었어요. 덩치 큰 두별이가 때렸으니 얼마나 무섭고 아팠겠어요."

그래서 두별이만 보면 그 여자아이는 도망을 다니기에 바빴다. 그런데 5년 만에 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화도 내지 않고 그 여자아이가 있어도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5년간의 지속적인 노력이 두별이를 많이 성장시킨 것 같다.

2014년 인천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리던 해, 이병남씨는 부평 자원봉사센터의 두 걸음 봉사단 소속으로 전국에서 출전한 테니스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이때 이병남씨는 전라북도 선수를 맡았는데, 그 선수가 동메달을 따면서 일주일 내내 봉사를 했다. 이 봉사를 하던 중에 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 바로 활동지원사의 일을 시작했다.

"활동지원사를 시작할 때,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두별이를 만나지 며칠 안 돼서 작은아이 학교에 참관수업을 가게 됐는데, 그때 두별이랑 같이 갔어요. 두별이를 처음 본 작은 아들이 바로 형이라 부르더라고요."

작은아들 졸업식 끝나고 이병남씨 가족이 식사를 할 때도 두별씨와 함께했다. 그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병남씨네 가족과도 가까워졌다.

"작은 아이가 두별이를 좋아해서 잘 따랐어요. 같이 농구도 하고 그러니까 두별이도 둘째 아이를 좋아하더라고요." 이병남씨 가족은 일 년에 몇 번씩 가족 등반을 할 때도 두별씨는 함께다닌다.

"작은 아이가 작년에 농구를 하다가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하고 목발을 짚고 다니게 됐어요. 그 모습을 본 두별이가 깜짝 놀라서면서 '너 왜 그렇게 다쳤어?'라고 하는 거예요."

작은 아이를 걱정하는 두별씨의 모습을 본 이병남 활동지원사는 너무 많이 놀랐고, 큰 감동을 받았다. 웬만해선 문장 구사를 하지 않던 두별씨의 긴 문장 구사에 놀라고, 작은아이를 걱정하는 두별씨의 진정성에 또 놀랐다. 이처럼 소소한 크고 작은 경험들이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두별씨 사이에 쌓여 가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신뢰와 정이 돈독해져 갔다.

정말 바쁜 두별씨
 
 실내 암벽등반 연습을 하는 두별씨. 이병남 활동자원사는 그가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내 암벽등반 연습을 하는 두별씨. 이병남 활동자원사는 그가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이-뷰
 
두별씨의 일과는 아주 바쁘다. 두별씨는 한 달 동안 발달장애인 주간 보호(2019년부터 시행) 125시간과, 활동 지원 90시간 모두 해서 215시간을 지원받고 있는데, 이 시간을 다 활동하려면 온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다지기(발달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요리, 미술, 탁구, 점핑, 축구 등을 배우고 있고, 오후 2시부터는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요일별로 맨손체조, 에어로빅과 댄스, 난타와 볼링, 암벽등반 등을 배우고 있다.

두별씨는 단순히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력을 더 갈고닦아서 다양한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2016년 4월에는 노틀담 복지관 소속으로 청담동 충현복지관에서 주최하는 '전국 발달장애인 골든벨' 대회에 2인 1조로 참가했다. 전국에서 100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두별씨 팀은 아쉽게도 수상의 영광은 놓쳤지만, 그 대신 두별씨를 열렬히 응원한 친구들(진구, 명구, 선형, 길명)이 응원상을 받았다.

2017년엔 부평복지관 소속으로 경인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나를 노래하다'에 참가해 '행복이상'을 수상했고, 2018년엔 부평복지관에서 장애인의 날에 주최한 요리대회에 나가 김밥 만들기로 동상을 받는 등,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매년 12월이면 지원서를 넣고 추첨을 하게 되는데 그 경쟁이 만만치 않다. 이병남 활동지원사는 두별씨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더 참여시키기 위해 이곳저곳의 센터나 복지관의 정보를 찾아낸다. 복지관 프로그램은 12월에 지원서를 내고 1월부터 참여하게 돼 있고, 각종 센터의 프로그램은 3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공백이 생기는 두 달 정도는 돈을 내고 다니기도 한다.

​"삼산 복지관에서 10여 년 동안 운영됐던 인형극에 작년 일 년 동안 두별이가 참가했어요. 복지관까지의 거리가 멀었지만 두별이가 좋아해서 꾸준히 다녔죠."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서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바람에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두별이 어머니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 두별씨가 언어적 표현을 기르는데 인형극이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를 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했다.

​"두별이는 자기주장이 강해서 인형극 할 때 역할을 본인이 직접 선택했어요. 그때 맡았던 역할이 염소 할아버지였는데 대사는 물론이고 행동까지 다 암기를 했어요. 두별이가 정말 잘 했어요." 마지막 공연 때 두별씨가 공연하는 모습을 직접 본 엄마와 누나는 그런 두별이를 대견해하면서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두별이 의견이 제일 중요해요"
 
 요리교실에서 선생님을 보조하고 있는 두별씨
요리교실에서 선생님을 보조하고 있는 두별씨아이-뷰
 
이병남 활동지원사와 어머니는 "두별이는 본인이 싫으면 하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 두별이에게 필요하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권유를 해보기는 하지만, 두별이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라며 모든 선택권이 두별씨에게 있음을 전한다.

두별씨에게 그동안 참가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좋았고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서슴없이 "제일 좋아하는 거요? 요리"라고 대답한다. 요리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또 그는 "하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즉답한다. 두별씨가 했던 요리 중에 제일 재미있게 만든 것은 어떤 요리냐는 질문에 "다 좋아해요"라고 경쾌하게 답을 한다. 그동안 했던 요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로는 "고구마 맛탕"이라고 대답한다.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사진 최시연 i-View 객원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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