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의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배달료 오천 원!
최은경
옛날 떡볶이가 생각나면 종종 들르는 분식집이 있다. 플라스틱 대접에 비닐을 씌워 대충 담아낸 통통한 떡볶이의 맛은 묵은 피로를 잊게 할 정도. 허나 코로나로 몇 년째 외식이 쉽지 않다 보니 그 떡볶이를 먹은 지도 한참 되었는데 배달앱에서 바로 그 집을 발견한 거다.
'배달앱에 언제 입점한 거지? 나만 몰랐던 거야?' 반가운 마음에 가게에서 메뉴를 고르듯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천 원짜리 떡볶이를 먹기 위해 최소 주문을 맞추느라 두 배 이상 금액의 사이드 메뉴를 기꺼이 담았다. 걸쭉하고도 맵싸한 떡볶이 국물이 이미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이내 입안에 몽글몽글 맺히는 침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드디어 결제의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배달료 오천 원! 흥분했던 탓인지 이전 메뉴 화면에서 배달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 보다. 꽤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그 오천 원은 최종 결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저녁 무렵이면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은 주민 반, 배달라이더 반이다. 심지어 자주 오는 라이더와는 눈인사도 주고받는다. 초를 다투며 움직이는 그분들을 위해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주는 주민들도 왕왕 있다.
배달은 평화다. 한 끼를 장만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아이들에게 원하는 메뉴를 즉각 대령하면 그날 저녁은 평화롭다. 따끈따끈한 음식을 건네주는 배달라이더가 친정엄마만큼 반갑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도 돈 앞에서는 쪼그라든다. 사천 원짜리 떡볶이와 배달료 오천 원의 골은 깊고도 넓다. 아들이 좋아하는 삼천 원짜리 도넛을 먹으려면 그보다 오백 원 더 비싼 배달료를 내야 한다. 선뜻 주문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신선한 밀키트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