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속'조웅 PD와 박주현, 채종협 배우가 20일 오후 비대면으로 열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운동이 전부인 선수와 운동이 직업인 선수가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이는 뜨거운 스포츠 로맨스 한 판을 담은 드라마다. 4월 20일 수요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
KBS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KBS 2TV에서 4월 20일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수목 드라마의 제목이다. 처음 이 제목을 보고 뭐지 싶었다. 분명 남녀 사이에 가까워지는 시간 이야기인 것 같은데 속력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시속이야, 초속이야? 이런 생각을 하다 말았는데, 깐깐한 물리학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알쓸신잡'으로 유명해진, 아니 그 전부터 베스트셀러 <과학 콘서트> 저자로 유명한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SNS에 "세상에나, 이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동안 km를 km/h로 표기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지적한 사람이 없었거나 무시되어 결국 이런 제목이 세상에 나왔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네요"라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문과 출신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페이스북 페이지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에서도 '문과가 대형사고 침' 등으로 문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새 드라마를 소개하는 기사와 블로그, 카페 등을 살펴봤다. 여기서는 '속도 493km'의 오기에 대한 지적이 전혀 없었다.
해서 이 드라마를 찾아봤다. 일단 재밌다. 시청률은 2% 미만으로 저조한 출발이지만 싹수가 있다. 베드민턴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궁금증도 풀렸다. 셔틀콕을 스매싱 할 때 세계기록이 시속 493km라는 것이다. 재미없는 운동을 마지못해 하는 테니스 선수 박태준(채종협 분)이 세운 기록이라고 한다. 그리고 올림픽 스타 박태양(박주현 분)의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 드라마는 둘 사이의 러브스토리가 큰 줄기를 이룬다.
우선 속도와 속력은 다른 개념이다. 대개는 보통 뭉뚱그려 속도란 말로 통일해 쓰는 경향이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속도는 위치 변화(변위)로서 방향을 가진 벡터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에 대한 위치의 변화율이다. 반면에 속력은 서울에서 대전까지 시간당 이동한 거리를 의미한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고속도로로 가는 데는 수시로 속력이 바뀐다. 이 속력에 방향을 결합한 것이 속도다. 이렇게 된다.
속도 = 변위/걸린시간 , 속력 = 이동거리/걸린시간
요약하자면, 속도는 시간당 두 지점 사이의 직선거리의 이동을 계산한 값이고, 속력은 곡선으로 굽은 길을 이동한 거리를 계산한 값인 것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우리가 자동차를 몰고 대전으로 갈 때, 그때그때 변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속력이다. 자동차도로에서 과속을 단속하는 카메라도 속도가 아니라 속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제목으로 돌아가서 보자. '너에게 가는 속도'라는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 가까워지는 시간을 비유한 것이니 여기서도 속도가 아니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속력이 맞다. 아직 이동 중이기 때문에 순간 이동속력이 들쑥날쑥 할 것이다. 사귀기로 하고 연인이 되었을 때는 한 달이든 1년이든 속도를 따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493km라는 것은 라켓에서 라켓까지 셔틀콕의 변위를 따지는 것이니 속도가 맞는 표현이고, 그렇다면 493km/h 라고 표기해 시속 493km라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너에게로 가는 속도 493km/h'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했다면 시적 또는 은유적 표현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작자들의 사려 깊지 못한 제목이 문과 출신들에게 의문의 1패를 떠안긴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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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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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드라마 보며 든 궁금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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