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무서운 이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친인척결혼식 등... 내 주머니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는 계절.
조영지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해지는 건 이 '노릇'의 기준점은 대체 누가 정한 걸까 하는 거다. 10만 원을 드리면 자식 노릇을 못하는 거고, 100만 원을 드리면 자식 노릇을 하고 있는 건가, 5월에 레고동산을 가면 부모 노릇을 하는 거고, 못 가면 부모 노릇을 못하는 것일까.
5월이 될 때마다 '노릇'라는 말에 상처받고 죄인처럼 마음의 감옥에 갇혀 지낼 이들이 떠오른다. 자식 노릇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자괴감,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더 위축되는 사람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누군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누군가, 가족과의 골이 깊은 누군가가 떠오른다.
나도 한때 그랬다. 가난한 자취생 시절, 매일 밤샘 작업을 하느라 가족의 기념일을 제때 챙겨본 적 없던 그 시절, 나 역시 사람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도 마음에 부대꼈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달라진 것은 없다. 얄팍하게 나마 두꺼워진 봉투의 두께가 마음의 크기까지 키우진 못했달까.
그러니, '노릇'을 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자. 부모와 자식이라는 명사 뒤에 노릇이라는 말을 굳이 붙일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진짜 맡은 바 구실은 이렇게 서로 존재하고,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 전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참고로 내가 봉투에 백만 원을 못 넣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 꼭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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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만 8개... 자식노릇도 부모노릇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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