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사진은 지난 2월 25일 상암SBS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가 시작되기 전 준비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어언 두 달 반째다. 일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쟁은 깊은 수렁 속에 빠졌다. 시베리아 백곰 러시아는 체면을 구겼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두 달여 동안 숨진 러시아 장군만 12명에 달한다.
유럽연합군(NATO) 최고사령관을 지낸 미군 예비역 해군 대장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현대사에서 장군 전사를 비교할만한 상황이 없다"며 "러시아군의 무능은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 기간 동안 숨진 병사도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푸틴은 전력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조만간 징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왜일까.
8군단 여운태 장군(중장)과의 대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명분'으로 압축했다.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보여준 모습은 무기력하다. 전략과 전술은커녕 군수 조달과 전투 계획조차 엉망이다. 여 장군은 "러시아 군인들은 왜 싸워야하는지를 모른 채 전쟁에 동원됐다. 그러니 오합지졸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러시아군은 싸워야할 정당성(명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얘기다. 침공 초기 "왜 총을 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이는 러시아 병사 유튜브 영상은 이런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대통령부터 할머니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그들에게는 가족과 나라를 지켜야할 명분이 있다.
총성 없는 전쟁터, 선거
선거는 전쟁 못지않은 치열한 싸움터다. 전쟁이 피 흘리는 싸움이라면 선거는 총성 없는 격전이다. 둘 다 명분이 있어야 승리한다. 왜 출마했는지 당위성이 분명할 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또 유권자들은 그런 후보를 지지한다.
한데 민주당에선 이런 기본적인 인식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지는 싸움을 자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일하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제기되는 이재명에게는 출마 명분이 있을까. 당사자는 명분을 확신하겠지만, 일반 상식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만 옳다는 자기 확신과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확증편향이 맞물린 착각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선 당시 당대표 송영길은 정권교체 실패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흠 많은 윤석열을 상대로 패했으니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게 형편없는 후보와 정당에게 정권을 내줄 만큼 무능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출마 지역도 뜨악하다. 송영길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인천시장과 5선(인천 계양을)을 지냈다. 자치단체장은 지역살림을 책임지기에 지역사정에 밝아야한다.
줄곧 인천에서 활동했음에도 송영길은 '지방선거 승리 견인'과 '경쟁력'을 앞세워 강행했다. 서울시민과 인천시민을 우습게 아는 결정이 아닌 다음에야 공감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죽하면 같은 86세대 김민석 의원은 "적어도 서울 출신으로 정치를 했어야 한다. 그게 상식에 맞지 않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당내 '민주주의 4.0'도 "'인물 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건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국민은 오만하다고 여길 것"이라며 적극 반대했다.
명분 없는 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