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마을의 제비 둥지.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사람이 가까이 접근해도 도망치지 않고 알을 품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제비가 친근하다. 특히 어미가 새끼에게 매일 먹이를 물어 나르는 횟수가 350여 차례, 평균 매일 서울에서 포항까지 거리 800km정도 이동을 21일간이나 반복한다니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창원 주남저수지 마을을 찾아온 제비를 관찰한 고등학생들이 보인 반응이다. 제비 조사에 나선 학생들은 호기심과 감동을 느꼈다.
경남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6일 창원대산고등학교 동아리 활동 학생들과 주남저주지 주변 3개 마을을 대상으로 제비둥지 조사를 벌이고, 10일 그 결과를 내놓았다.
최재은 교사와 학생 19명은 마룡‧용산‧판신마을의 제비둥지를 조사했다. 마룡마을은 둥지 34개 중에 15개, 용산마을은 3개 모두, 판신마을은 15개 중 1개를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곧 주인인 제비가 날아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제비의 번식지다. 제비는 주남저수지에 도착하면 짝짓기를 하고 부부가 협동으로 둥지를 짓거나 있는 둥지를 보수해 사용한다. 둥지는 인근의 논밭이나 저수지에서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와 짓는다.
제비는 매일 한 개씩 알을 낳고, 보름 동안 품었다가 부화하면 3주 정도 새끼한테 먹이를 준다. 어미가 새끼한테 매일 먹이를 물어나르는 횟수가 350여 차례이고, 둥지와 먹이터 사이 거리가 대략 1km 정도로 보고 거리를 환산하면 800km 정도다. 이는 서울~포항 거리다.
번식을 위해 주남저수지를 주변 마을을 찾는 제비는 여기서부터 3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2021년 주남저수지 등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한 개체 중 돌아오는 제비는 10%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제비가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고가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살아남은 제비가 번식지 주남저수지를 찾아왔지만 마음에 드는 둥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둥지를 짓거나 보수하기 위해서는 흙과 지푸라기가 필요한데 이것을 구할 수 있는 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둥지를 지을 때 떨어지는 흙, 새끼를 키울 때 떨어지는 배설물 때문에 현관과 마당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제비집을 뜯어내고 더 이상 둥지를 짓지 못하도록 종이나 청테이프로 장애물을 설치해두는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제비가 숲속이나 습지에 둥지를 짓지 않고 사람이 사는 집이나 건물에 짓는 이유는 뱀 등 천적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경남환경연구소는 "제비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많은 철새 중 유일하게 천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새다"고 했다.
이 단체는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며 "사람이 살다가 빈집이 되면 그 곳의 둥지를 떠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제비와 사람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제비 둥지 밑에 배설물 등 오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받침대를 받혀주는 활동과 주민홍보교육이 필요하다"며 "제비 둥지를 만드는 재료를 제공하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논과 습지가 보전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