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극단 푸른연극마을 제공
정하 : 40년이나 지난 얘기잖아. 이젠 그런 무겁고 칙칙한 얘기들 말고 뭔가...!
영은 : 40년이 지났으니까 이젠 잊혀져도 괜찮다? 아빠 말은 그 이야기야?
정하 : 명예회복도 되었고 충분한 보상도 해주었으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붙들고만 있을 건데?
영은 : 아빠, 설마 아빠는 방위 출신이었다고 남 얘기하듯 하는 건 아니지? 내가 관여한 일이 아니니까 그들이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왔던 상관할 바가 아니다... 설마 아니지?
정하 : 영은아, 아빠 말은 그러니까... 그만 하자. 정말이지 오늘은 회사 일 때문에 피곤하구나.
-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 중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가 서울과 광주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5.18기념재단에서 순회공연 목적으로 진행한 공모에 선정된 이 작품은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후암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이후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광주 동구 '씨어터 연바람'에서 공연된다.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는 지난해 공연에서 '1980년 그날'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는 계엄군 출신 남자와 사라져 버린 사람들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고통스러운 고백을 담았다.
이 작품 진행을 맡은 푸른연극마을 측은 지난해 전두환, 노태우의 죽음 이후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했다. 올해 공연에는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정하의 딸 영은이 5.18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아버지 정하와 갈등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극 '고백, 나는 광주에 있었습니다'와 관련해서 연출을 맡은 푸른연극마을 이당금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이당금 대표와의 일문일답.
"전두환 사망 후 고민... 시간 흐를수록 5.18 기억 희미해질 수 있겠다 생각"
-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그동안 광주에서 계속 5.18 공연을 해왔어요. 그런데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하는 5.18 공연은 조금 색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광주 예술단체에서 공연을 통해 광주의 진실이나 색깔 같은 것들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공연을 추진하게 됐어요.
지난해까지 이 작품의 주제는 계엄군의 고백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에 전두환이 죽고 나니까 조금 고민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5.18의 기억이 옅어지고 희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롭게 5.18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주체가 필요할 거 같아서 계엄군의 딸을 이야기의 중심인물로 뒀어요.
연극을 만드는 젊은 예술인인 영은이 아버지에게 광주를 이야기해요. 영은은 그의 아버지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아버지는 굉장히 힘들어 하면서 숨겨두고 감춰뒀던 기억과 마주해요. 이 작품의 제목 '고백'은 광주시민의 고백이기도 하고 계엄군의 고백이기도 하고 젊은 청춘의 고백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