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목 마성터
국가문화유산포털
<마성에 새긴 약속>의 주인공 전유상은 실존 인물인 '전후상'을 바탕으로 만든 상상의 캐릭터다. 가공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전유상은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으로 어릴 적 어머니를 잃는다. 이후 아버지와 둘이 경상북도 청도에서 살아간다. 전유상의 아버지는 돈이 없어 군역을 면제받지 못하고, 멀리 울산까지 마성을 쌓으러 차출되어 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축성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분노한 전유상은 자신을 돌봐주던 칠복 아재를 설득해 함께 울산으로 떠난다. 도착해서 보니 마성을 쌓다가 죽은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이다. 문경, 청도, 밀양, 영천, 경주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돌성을 만들다 죽었다.
아비 잃은 소년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감목관의 배려로 전유상은 목장 일을 거들게 된다. 그리고 이 비범한 소년은 엄청난 완력과 투지로 열두 살에 첫 번째 호랑이를 잡는다. 이후에도 위기에 빠진 주변인을 구하는 등 영웅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나는 목장의 삶을 묘사한 작가의 필력에 푹 빠졌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말똥 냄새가 공기 중에 풍기고, 망아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문을 나서면 조랑말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남목의 풍경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대입시켰다. 전혀 모르는 장소를 다루는 작품에 비해 훨씬 몰입이 잘 되었다.
책을 읽은 주말, 나는 집 근처의 경포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분명 여기에도 <마성에 새긴 약속>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았다. 과연 찾아보니 박신과 홍장이라는 두 연인의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도 집중해서 읽었다.
역사 동화의 미덕은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딜 가든 눈에 보이는 풍경 이상의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사람이 머물렀던 곳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잠자고 있다.
아무 의미 없는 맨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마성에 새긴 약속>을 읽으며 거듭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성에 새긴 약속
장세련 (지은이), 윤문영 (그림),
단비어린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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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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