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동암초등학교 4학년 6반 교실 뒷편에는 학생들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가 걸려있다
조연주
4학년 6반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수업 시간에 만든 캘리그라피들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새 학기의 힘찬 포부를 담은 '나의 목표'들이 보인다. 최 교사와 학생들의 교실에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학생들의 작품이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완성한 작업물로 함께 교실을 꾸미면서 학급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보내는 일상의 모든 순간은 교육의 일환이다.
코로나19가 남긴 과제,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개혁돼야 하나
상호협력적인 구조
학교의 업무 구조는 달걀판과 같다. 각 학급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사 간 협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수업 연구나 학급 운영 경험이 원활하게 공유될 수 없다.
최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의 필요성을 체감해 경기도 전문 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 전문 학습공동체는 경기도 내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수업자료와 수업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단체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체적 네트워크 형성만으로는 학교의 달걀판 구조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최 교사는 "독립적인 학급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교사 간 연계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2020년 4월 9일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컴퓨터를 활용해야 하는 비대면 학습 일상화의 시작이었다.
비대면 등교는 교육의 공백을 가져왔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연결, 온라인 수업을 수강할 독립적 학습 공간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수행의 격차가 발생했다.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디지털 인프라 접근의 어려움으로 비대면 수업 수강에 차질을 겪었다. 교육부의 부실한 원격 수업 대비는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로 이어졌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정보화는 기본권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잊고 있던 초등교육의 중요성
"교과 학습은 중・ 고등학교에서 심화 되지만, 사회화의 기초는 초등학교 이후 더 이상 교육의 직접 범주가 아니다."
한춘희 부산교대 교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마지막 기회는 초등학교'라고 말한다. 초등학교는 교과 지식만을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초등교육의 본질은 기초 학습 능력과 기본 생활 습관을 기르는 '기본 교육'에 있다.
한 교수는 "입시 위주 교육의 관점에서 벗어나 초등교육에 더욱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대학입시에 집중해 정작 공교육의 시작인 초등교육을 등한시해왔다고 했다. 초등교육은 중고등교육에 비해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동-청소년 발달을 위한 기본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이기에 필수적이다.
팬데믹으로 부각된 초등교육의 공백은 그동안 경시해왔던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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