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봉이 생기고 나니까 학교 가는 게 훨씬 덜 무서워요."
월간 옥이네
봄이 오면, 각종 꽃이 피고 여린 이파리가 돋아나듯 어린이가 있는 곳에도 웃음과 밝은 기운이 넘쳐난다. 그러나 여린 이파리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짙은 초록이 되고, 5월이 지나가는 것처럼 어린이도 금세 자란다.
코로나19로 시간이 멈춘 듯했던 지난 3년, 그 사이 초등학교 1학년생이 고학년, 4학년이 곧 중학생, 중학교 1학년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걸 떠올려보면 더 실감이 난다. 빠르게 지나가기에 더 소중한 어린 시절이다.
돌아보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어린 시절이지만, 사실 어린이의 삶은 어른의 생각만큼 밝지만은 않을지 모른다. 걱정되는 것도, 두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어른 중심으로 돌아간다.
공간만 보아도 그렇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놀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시커먼 주차장이 자리 잡았다. 공간뿐일까, 시간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 어른이 설계한 도시에서 어린이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학교가는 길
아침 8시, 최현세 어린이(10)가 졸린 눈을 비비며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충북 옥천읍 가화리에서 죽향초등학교까지, 어머니 최정숙씨의 자가용을 타고 학교 가는 길이다.
학교에 가까워지자 곳곳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알려주는 표시가 눈에 띈다. 붉은색으로 덮은 도로, 30km 주행 안내 표지판, 주황색 조끼를 입은 스쿨존(school zone, 학교 앞) 지킴이 어르신들까지.
교문에서 떨어진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나면 여기부터는 현세 어린이가 직접 걸어간다. 코너를 돌자 본격적인 등굣길. 주황색 '안전봉 등하굣길'로 인도가 구분된 길로 오가는 다른 어린이들도 보인다.
"어, 현세야 안녕!"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친구 덕분인지 교문까지 가는 길이 짧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