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에서 포스터를 제작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지난 5월 30일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현직 사회복무요원이 열차 문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 소식을 접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철도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직 사회복무요원 A씨는 지난달 30일 열차 내 유실물 확인 지시를 받고 열차에 탑승해 유실물을 확인했다. 그 사이 A씨와 함께 작업에 참여한 B씨는 경광봉을 들고 열차 문을 열어 두라는 전호(철도 종사원 간의 의사전달 방법)를 보냈다. 그러나 A씨가 열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기관사가 열차 문을 닫았다. 결국 A씨는 열차 문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스크린 도어 사이에 갇힌 채 열차가 출발할 것을 우려해 억지로 열차 문틈에서 빠져나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전치 3주에 해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사건 발생 직후 A씨는 기관사가 소속된 승무사업소에 연락해 사고 상황 등을 전달했다. A씨는 "전호에도 불구하고 열차 문을 닫은 기관사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승무사업소 운영부장은 "겨우 신발 좀 끼인 걸 가지고 뭘"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운영부장은 A씨에게 사과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1일 작성한 글에서 "3일 전에 구의역 참사 추모식이 있었다. 겨우 6년 밖에 안 된 일"이라며 "저는 어제 운이 좋아서 살아 남았다고 생각한다.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갇힌 채 죽음을 당했을 수도 있다. 7호선 스크린도어 참사의 주인공으로 여러분들을 맞이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A씨의 글은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A씨는 "현재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 군인권센터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추후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업무상 과실치상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제도란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에게 사회복무 형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사회복무요원은 1년 9개월 동안 관공서, 학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일해야 한다.
8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이번 사건은 명백히 기관사 과실로 발생한 사고다. 충분한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가 자사 직원이나 일반 시민이었어도 같은 태도였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년 전 서초구청 소속 사회복무요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서초구청 측은 사회복무요원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 배려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인과 사회복무요원은 모두 병역의무 이행자라는 점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보호받고, 피해가 발생하면 도움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군인과 사회복무요원 등 병역의무 이행자의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진정으로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여전히 수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매우 위험한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까지 모 하수처리 시설에서 감독권자 없이 혼자서 위험한 기계 설비를 다루던 요원도 있었다"며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청년들이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국방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심각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명분 없는 21세기 노예제인 사회복무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지를 제외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사회복무요원을 노동자로 인정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하는 것"이라며 "현행 병역법 역시 공무상 부상에 대한 보상 제도를 두고 있지만, 승인 여부를 기관장 재량에 맡기고 있어 제도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장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사회복무요원, 지하철에 몸 끼이는 사고 당하고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