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반출된지 145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가 2011년 4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한 모습.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프랑스측 에리쉐 로랑 호송책임관(사진 왼쪽부터)이 의례를 실은 상자를 살펴보고 있다.
유성호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 땅을 밟게 된 지 근 10주년이 됐다.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업무 계획'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1월 1일부터 13주간 '의궤에 조선이 있었다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주년' 특별전시를 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7월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5년 만의 귀환-외규장각 의궤'란 특별전이 열린 바 있다(관련 기사: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의궤, 첫 공개).
외규장각 의궤는 2011년 프랑스에서 영구 대여의 방식으로 체결된 협상을 통해 국내에 반입되었으며, 이 협상은 5년마다 대여를 갱신하는 조건으로 체결되었다.
2021년 2월에는 이 대여를 또 다시 갱신하기 위해 프랑스 중앙도서관과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와의 교류가 있었는데, 이날엔 프랑스 중앙도서관 측으로부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조항을 발견한다. 바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제3자의 상업적 목적이 있다면, 사용료를 내라는 요구가 담긴 조항이었다.
앞서 2010년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만나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대여해준 이후 돌려받을 의사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외규장각 의궤는 조선의 것이고 고국에 있는데, 왜 프랑스에게 이에 대한 사용료를 내라는 비합리적인 요구를 받게 되는 것일까?
영구대여 형식의 반환... 프랑스 측 '자국 보유 문화재, 타국에 양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외규장각 의궤의 반입 방식에 있다. 지난 2011년 5월, 외규장각 의궤는 대여의 형식을 통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양국 간 실정법 내 상호 수용 가능한 최선의 방안을 협의한 결과였음을 주장하며, 대여가 최선의 방안이었던 이유는 협상 당시부터 프랑스 국내법상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보급 문화재는 타국에 양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여의 형식이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인데, 대여는 반환의 형식과 다르게 소유권이 이동하지 않는다. 즉 외규장각은 한국의 문화재임을 인정받고 돌려받았으나, 주인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는 외규장각 의궤의 주인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사용료를 내라는 요구가 발생하였다. 이 부당한 요구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윤성용 학예연구실장은 이 조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프랑스 중앙도서관은 마침내 오랜 고민을 끝마친 것인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 답변의 내용에 동의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소유권이 없이 대여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반환 활동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해 경희대학교 학생들은 외규장각 의궤의 소유권에 대한 재협상을 외교부에 직접 요구하는 것부터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까지 진행하며 문제 해결 노력에 나섰다.
프랑스와의 재협상 요구... 외교부 "당시 협정 결과가 최선, 재협상은 어렵다"
지난 5월 10일,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하여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던 경희대학교 GCP(global citizen project) TEAM '새부화'로 활동 중인 강지우, 함영서, 이승윤, 에릭 학생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의 형식을 통하여 외교부에게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의궤 소유권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였다.
그 요구의 근거로는 1)반환의 형식이 원칙인 점, 2)외규장각 의궤는 소유권 이동이 불가한 정부 문서철인 점, 3)프랑스는 대한민국에게 과거 약탈과 방화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점, 4)2020년 프랑스에서 통과된 약탈 문화재 반환 법률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한 점, 마지막 5)소유권의 부재로 비합리적인 요구가 발생하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5월 13일, 외교부 서유럽과에서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다.
'당시의 협정 결과는 양국 간 상호 수용 가능한 최선의 방안이었으며, 협상 당시와 동일하게 프랑스 국내법상으로 자국이 보유한 국보급 문화재는 타국에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이 변함이 없기 때문에 재협상은 어렵다.'
결국 여러가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