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행안부 경찰국? 경찰 발전에 역행하는 결정

정치적 중립화 이뤄야... 경찰국 신설, 경찰 길들이겠다는 의중 아닌가

등록 2022.06.17 09:34수정 2022.06.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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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2020.12.10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2020.12.10연합뉴스
 
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치안정책관실)' 신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제13대 국회,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찰법의 제정 과정 등을 체험했던 필자는 저서 <경찰행정의 주요 문제점과 개선방안>(1994)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지방자치경찰제 실시, 경찰 수사의 독자성 확보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동일한 의견을 "경찰이 정말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 위한 조건들"(2011.02.02.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지방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서 경찰의 오랜 과제가 해결되기 시작하였다.

경찰 기능 확대의 역사  

대한민국 경찰은 미군정 경무국-경무부를 거쳐 치안국, 치안본부, 경찰청으로 조직과 기능이 확대되어 왔다. 1948.11.04. 제정된 '내무부직제'(대통령령)에 계속 규정되었던 경찰은 1991.05.31. 제정된 '경찰법'으로 내무부직제에서 벗어나 별도의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등) 직제'(대통령령)를 갖게 되었다.

2020.12.12. '경찰법'이 처음 전부개정되어 법제명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로 변경되었다.

친일, 권력의 첨병 등의 비난을 받아 왔던 경찰의 최대 과제는 정치적 중립 기관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었으며, 경찰사는 그러한 좋은 기회가 여러차례 조성되었던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제1공화국 이승만 정부, 제2공화국 장면 정부,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와 지방자치경찰제 실시가 시도되었으나 그 때마다 번번이 집권 세력의 반대에 부딪쳐서 수포로 돌아갔다.

국회에 경찰법안이 발의된 경우만을 살펴보면 1953.09.28. 자유당 정부가 발의한 경찰법안(의안번호;020374), 1960.06.09. 국회경찰중립화법안기초특별위원회(위원장)이 발의한 경찰법안(의안번호; 040325), 1960.12.05. 주도윤 의원외 12인이 발의한 경찰법안(의안번호; 050144), 그리고 민주당에서 분리된 신민당의 고담용 의원외 6인이 1961.02.04. 발의한 경찰법안(의안번호; 050239)이다.


특히, 3·15 부정선거와 4·19 의거로 붕괴한 이승만 정권은 경찰을 장기독재의 수단으로 남용하였기 때문에 제2공화국은 제3차 헌법 개정에서 제75조 ①행정각부의 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써 정한다. ②전항의 법률에는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에 필요한 기구에 관하여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조직법' 제13조(경찰기구) ①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안위원회를 둔다. ②공안위원회의 조직과 경찰행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를 규정하였다.

제13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당시 야3당, 평화민주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은 군사독재의 청산과 민주개혁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와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추진하였다. 야3당은 각각 경찰법안을 발의하였으며, 이를 통합하여 야3당 단일안을 마련하여 1989.11.30. 김봉호의원 등 7인외 157인은 경찰법안(의안번호; 130741)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동 법안의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1990년 1월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종전의 합의는 물거품이 되었다. 이어서 거대 공룡 여당이 된 민주자유당은 1991.05.31. 전술한 경찰법을 강행 처리하였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입법 시도  

앞서 열거한 경찰법안들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해서, 국가(중앙)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중앙공안위원회)의 관리 감독하에 두고, 동 위원회 위원 구성을 정부·여당의 다수 지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시·도지방경찰위원회(지방공안위원회)가 시·도지방경찰청을 관리·감독하고 동 위원회 위원 구성을 중앙과 유사하게 정부·여당의 다수 지배를 금지하도록 하였다. 합의제 행정기관인 위원회에 여·야와 사법부, 대한변협 등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이루게 하였다.

제14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제15대 국회에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공동으로 발의한 경찰법 개정법률안의 경우도 위원회 위원 구성을 여·야의 의견이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경찰의 합의제 행정기관의 효시는 미군정법령 제157호에 의한 '중앙경찰위원회의 설치'이다. 제5조는 중앙경찰위원회는 위원 6인으로 구성하고 군정장관이 임명하며 그 중 2명은 민정장관이 각부 처장 중에서 2명은 사법부장이 심판관 또는 검찰관 중에서 각각 추천하도록 하였다.

일본 경찰법은 국가공안위원회 5인 위원 구성에서 3인 이상이 동일 정당에 소속할 수 없도록 하고, 현(縣)공안위원회 5인 또는 3인 위원 구성에서 3인 또는 2인 이상이 동일 정당에 소속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1년 민주자유당이 단독 처리한 경찰법은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치안행정협의회를 규정하고 있지만, 동 위원회의 위상, 권한, 구성 등이 정치적 중립화를 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지방자치경찰제는 실시하지 않아서 협의회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기구였다.

1991년 경찰법 제정이후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였다. 종전의 시·도치안행정협의회의 유명무실한 기구를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동 위원회 위원 구성도 어느 특정 정치세력 및 집단·단체 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경찰법 제18조(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설치), 제19조(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 제20조(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의 임명 및 결격사유)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과 1명의 위원은 상임으로 하고, 5명의 위원은 비상임으로 하며, 위원은 시·도의회가 추천하는 2명, 국가경찰위원회가 추천하는 1명, 해당 시·도 교육감이 추천하는 1명,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2명, 시·도지사가 지명하는 1명을 시·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였다.

2022년 현재의 문제 

문제는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법 제정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떠한 실질적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변화한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법 제7조(국가경찰위원회의 설치), 제8조(국가경찰위원회 위원의 임명 및 결격사유 등)는 행정안전부에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동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 및 5명의 위원은 비상임(非常任)으로 하고, 1명의 위원은 상임(常任)으로 하며, 위원은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4조(경찰청장)는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경찰위원회와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장관·대통령에 절대적으로 예속되어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경찰위원회의 정치적 중립화를 도모하기는커녕, 경찰을 상시적으로 주의 깊게 보기 위한 부서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권한 남용과 그 필요성 등에서 문제가 있으며, 이는 경찰을 집권세력에 정치적 예속을 심화시키는 반민주적 행태로, 경찰 발전에 크게 역행하는 것이며 이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본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경찰중립화와 지방자치경찰제 실시를 거부하고 경찰법을 강행 처리한 노태우 정부의 법통을 이은 윤석열 정부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와 지방자치경찰제 발전보다는 경찰을 지배하는데만 집중하여 경찰을 국민을 위한 경찰이 아니라 집권세력을 위한 경찰로 길들이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관련 기사: 행안부 경찰국 신설? 199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나).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다수당으로서 못다 이룬 경찰 개혁을 지체없이 완성시켜야만 한다.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의 독립된 최고의 합의제 행정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위원회 위원 구성을 특정 정치세력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경찰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찰은 경찰헌장(police charter)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친절한 경찰, 의로운 경찰, 공정한 경찰, 근면한 경찰, 깨끗한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경찰헌장.hwp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 #국가경찰위원회 #경찰국 #행정안전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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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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