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구조한 베리 사남매. 원래 다섯이었지만 한 녀석은 참변을 당했다.
지유석
고양이 가족들은 다행스럽게도 전원 구조됐다. 엄마의 이름은 '베리'로 지었다. 아직 철거촌에 남아 있는 소상공인 한 분이 베리 가족을 위해 빈 공간을 내줬다. 베리 가족에겐 안전가옥인 셈이다.
네 남매는 지금은 아주 활달한 모습이다. 이 중 둘은 새 양부모를 만났다. 베리는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자매 둘은 우리 집에서 임시보호 중이다.
자매 둘이 아직 감기가 채 낫지 않아서 돌봐주고 있는데, 재채기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내가 집에 데려오라고 했다. 이제 쿠키, 애옹이에 이어 새끼 두 녀석까지 총 넷이 한 집에 살게 됐다.
어쩌다 내가 고양이 집사가 됐는지, 또 어쩌다 아내가 길고양이를 돌보게 됐는지 사람 운명(?)은 정말 알 수 없다.
그러나 길에서 험한 생활을 하는 고양이에게 먹을거리만큼 살뜰히 챙겨주는 아내에게서 이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또 다 죽어가던 길고양이가 아내의 손길을 거치면서 되살아나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물론 얼마 전 아기 고양이 봄이는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그래서 봄이는 우리 부부에게 아픔으로 남았지만 말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프지 말아야 하고, 배고프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지구별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서로가 아플 때면 보살펴주고, 배고프지 않게 먹을거리를 챙겨줘야 한다. 길고양이는 이렇게 인간에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나 보다.
지금 우리 집에서 임시보호 중인 두 자매는 연일 '깨방정'이다. 우리 집 둘째 애옹이는 마치 엄마처럼 두 녀석의 곁을 지켜준다. 셋이서 오손도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흐뭇하다. 내가 결벽증만 아니면, 사는 곳이 좀 더 넓었으면 같이 살아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내게 넷은 무리다.
엄마 베리는 중성화수술을 받게 한 다음 방사했다. 남은 두 자매는 부디 좋은 양부모 만나 묘생역전 했으면 좋겠다. 둘이 아주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데, 둘이 같이 입양되면 더 좋겠다.
그리고 베리 가족 구조해서 살뜰히 돌보느라 지쳤을 아내가 이젠 좀 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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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역전' 올까요? 초보 캣맘의 철거촌 고양이 구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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