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YTN에서 제작 방영한 프로그램 <현해탄의 가교, 자이니치>
YTN 화면 갈무리
특히 김우진과 윤심덕의 정사가 현해탄에서 이루어졌다는 표현은 사실에서 어긋난다. 연락선이 가지도 않은 항로에 무슨 수로 두 연인이 몸을 던졌단 말인가. 바다가 이어졌다고 해서 '동해'가 '다도해'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뜻이 오인되어 100년 넘게 현해탄이 쓰인 것은 '현해탄'을 아우르는 배경들이 가진 힘 때문일까. 1905년 첫 연락선 이키마루(壹岐丸)로 시작된 뱃길로 한일 양국이 이어졌지만, 그것은 호혜 평등의 항로는 아니었다. 이 연락선으로 이어지는 뱃길로 동아시아 일대가 일제의 영향권 내로 편입되었다.
부관연락선은 '일제의 대륙침략과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연결창구'였다. 이 배편은 신천지를 찾아 조선과 만주로 이주하려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징용에 끌려가거나 일제의 수탈로 농토를 잃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수탈의 대상이 되어 이른바 '내지(內地)'로 건너가려는 숱한 조선인들을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개인의 선택'에 맡길 건가
임화가 시의 소재와 제목으로 쓸 만큼 현해탄이 시적 의미가 남달랐던가, '검은 바다 여울'이라는 뜻은 충분히 시적 울림이 있긴 하다. '대한해협'이라는 지시적 의미보다는 비유적 의미로 느껴지는 '현해탄' 쓰기가 훨씬 풍부한 공감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00년은 좀 심했지 않은가. 그간 이와 관련하여 '현해탄'을 써서는 안 된다는 논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새국어생활> 제9권(1999년 가을)에 이진원씨(부산일보사 기획출판부)가 독자 투고
"'현해탄'이란 말 쓰지 말자"로 이를 지적했다. 2006년에는 서현우 작가가 <통일뉴스>에
"대한해협을 현해탄이라니"라는 글을 기고하여 현해탄 쓰기가 부당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제언은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듯하다. 지금도 '현해탄'은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이 이를 의심 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현해탄'의 진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서현우 작가는 앞의 글에서 '대한해협'의 지리학적 개념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언제까지 일본의 조그만 바다를 대한해협을 대체하는 낱말로 계속 쓸 것인가. 개인의 선택에 맡길 일이 아니라, 국어원 같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지적해 주는 게 옳지 않을는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지리 용어에 의하면, 대한해협(Korea Straits)이란 한반도 동남해안에서 일본 본토의 혼슈(本州) 서남과 큐슈(九州) 북서부 해안에 이르는 해역을 통칭하여 일컫는다. 또한 쓰시마(對馬島) 해협이란 대한해협의 일부분으로, 해역 중간의 쓰시마에서 혼슈와 큐슈까지의 일본 본토에 이르는 동쪽 해역을 말한다.
반복하여 말한다면 대한해협은 해역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고, 쓰시마 해협은 그에 속하는 쓰시마로부터 일본 본토까지의 동쪽 해역을 지칭하는 국제지리학적 용어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상당수는 쓰시마 해협이 마치 대한해협 전체를 지칭하는 일본어 용어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 서현우, "대한해협을 현해탄이라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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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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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넘게 잘못 써 온 '현해탄', 버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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